대우조선이 건조한 이중연료 추진 LNG운반선.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이 건조한 이중연료 추진 LNG운반선. /사진=연합뉴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올랐던 조선 업종 주가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철강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올해 이익 전망은 낮아지고 있는데, 러시아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가 부각되며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랐다는 이유다. 러시아 소재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물량 리스크도 점검해야 하고,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수주만으로는 지금의 수주 호황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현대중공업은 7000원(6.39%) 상승한 11만6500원, 삼성중공업은 230원(3.95%) 뛴 6050원, 한국조선해양은 3400원(3.85%) 오른 9만1600원, 대우조선해양은 1000원(3.77%) 높은 2만7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증시에 본격 영향을 미치기 전인 올 1월과 비교하면 대우조선해양은 39.24%, 현대중공업은 17.32%, 삼성중공업은 16.80%, 한국조선해양은 14.93% 각각 올랐다.

이처럼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가에선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손실을 발표한 뒤 시장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된 점까지 감안하면 밸류에이션 배수는 주가보다 빠르게 상승했다”며 “이제는 우크라이나 이슈와 관련한 리스크 요인들도 감안해야 하는 단계”라고 짚었다.

당장 러시아 지역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물량의 건조와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LNG운반선은 모두 7척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지역에 약 8억달러짜리 해양구조물을 설치할 예정이고, 삼성중공업도 현지 조선사와 약 42억달러짜리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반면 조선 섹터 주가를 밀어 올린 새로운 수요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여오던 천연가스를 LNG로 대체하려면 주요 항만에 LNG 터미널을 지어야 하는데, 여기에만 3년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 러시아 제재와 별개로 수주 잔고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조선업종에 대한 비중 축소를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LNG운반선에만 의존해서는 수주잔고가 계속 늘어나긴 힘들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3~4월을 정점으로 1년 전 대비 수주잔고 지표가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1월 발주량은 약 3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로 작년 1월의 270만CGT를 넘어서서 좋은 출발을 했다”면서도 “작년 3월에만 740만CGT가 발주됐고, 같은해 2~6월 평균 발주량은 520만CGT였다. (기존처럼)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만으로는 수주 잔고의 전년비 지표를 받치기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 수주전에서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이외에 접근할 수 있는 선종은 유조선(탱커)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유조선 발주 증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가 이뤄지면 이란산 원유가 수출되면서 유조선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국제유가도 고공행진 하고 있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0.60달러에 마감됐다. 지난달 종가인 배럴당 95.72달러와 비교하면 2거래일만에 15.54%가 치솟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