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를 이끈 가장 큰 요인은 유동성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의미의 ‘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유동성의 급속한 위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 결국 기업 이익이 주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 증가율 높은 종목이 피신처"
24일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20년 3월 후 최저 수준인 10.2배를 기록했다.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PER도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19.9배까지 하락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3년물 국채금리가 연 2.0%를 넘어서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1.8%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하락하면서 유동성 장세가 종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기 주가는 실적(EPS)과 밸류에이션(PER)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이 연구원은 주장했다. 금리 상승기에 PER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EPS 증가율이 높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 이익이 탄탄한 기업은 하락장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S&P500지수가 연초 이후 7.7% 내린 데 비해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 내 적자 기업은 15.2% 급락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EPS 증가율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년간 EPS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 간 차이가 S&P500지수 대비 크다. 기업공개(IPO)나 유·무상증자 등으로 상장 주식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도 EPS 증가율이 높은 업종의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 2015~2018년 EPS 증가율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높은 업종은 그렇지 않은 업종 대비 매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Fed가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한 2017년에는 EPS 증가율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높은 업종이 월간 평균 1.7% 상승했고 반대의 경우 0.6% 오르는 데 그쳤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EPS 증가율이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SK, 삼성전기, 두산밥캣 등이다. 중소형주 중에선 LS, PI첨단소재, 한전KPS, 에스에프에이, 유진테크, 코리안리, SFA반도체, 골프존, NICE평가정보 등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EPS 증가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EPS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 간 차이가 큰 종목은 SK이노베이션(87.9%)과 LG전자(86.1%)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