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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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내년 상반기 10% 이상 조정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시작하면서 경기가 둔화할 수 있고, 또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발생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 경제가 더블 딥(이중 침체)을 피할 수 있다면 상반기 조정을 대형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미 투자연구기관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주식 최고전략가(사진)는 2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내년 말 S&P500지수 전망치는 5000으로 올해보다 약 7% 상승할 것으로 보지만 그런 상승은 내년 말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반기 큰 폭 조정…매수 기회?

"美증시 내년 상반기 10% 조정…빅테크 살 기회 온다"
클리솔드 전략가는 “Fed와 경기,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반기에 약세를 유발할 수 있으며 미국의 중간선거(11월)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한 번은 10% 조정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며 “그런 조정은 아마도 몇 개월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P500지수는 통상 1년에 한 번의 10% 조정과 약 세 번의 5% 조정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 10% 수준의 조정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 더 큰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리솔드는 “조정의 끝 즈음에 경기 침체 위험이 낮게 유지된다면 그것은 확실히 매수 기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증시에서 경기 침체와 관련이 없는 경우 조정은 20%를 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는 내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 3.5~4%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이는 이전 확장 기간 평균 2~2.5%보다 높다”고 말했다.

대형주+경기방어주 바벨 전략

클리솔드는 조정 때 매수할 대상으로 대형 기술주 등 대형주와 함께 경기 방어주를 추천했다. 그는 “내년으로 접어들면서 경기가 성숙해지면 경기순환주가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정적인 성장주, 약간의 방어주를 함께 보유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주 가치가 과대평가되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2000년 닷컴 거품 때에 비하면 기술기업들은 훨씬 더 나은 이익과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클리솔드는 “걱정스러운 건 이런 기술주가 지수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지수가 급락할 수 있으므로 시장 위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S&P500지수의 상위 5개 주식은 현재 전체 시가총액 내 비중이 20%를 넘는다.

“파월 의장, 완화적일 것”

클리솔드는 Fed가 내년 6월께 팬데믹 발생 이후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몇 번 금리를 올린 뒤 채권 매입으로 8조800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난 자산 축소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 축소가 미칠 영향은 속도에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대차대조표 확대가 저금리를 초래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것을 뒤집으면 영향이 있을 것이고 가장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게 주식의 밸류에이션”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높은 주식 밸류에이션이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네드데이비스는 내년 S&P500 기업의 이익이 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클리솔드는 “올해 기업 이익은 2010년 이후 최대인 약 65% 늘었다”면서 “내년이 끔찍한 해는 되지 않을 것이지만, 확실히 강력했던 2021년에 비해선 둔화를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대한 완화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봤다. 2018년 초 취임한 파월 의장은 지나치게 매파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그해 12월 뉴욕증시에선 한때 20%까지 주가가 폭락했다. 클리솔드는 “파월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