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거래소가 내년부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뉴욕과 싱가포르, 한국 등 주요 증시에서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스팩 투자 붐에 동참하는 것이다.

19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는 최근 스팩 상장과 관련한 상장 규정을 제정했다. 홍콩거래소는 스팩 상장 허가가 아시아 금융허브 입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미리 증시에 상장시켜 놓은 페이퍼컴퍼니로, 우회상장의 통로로 활용된다. 스팩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회사 합병에 쓴다. 우량 회사와 합병하면 스팩의 주가가 수십 배 씩 뛰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올해 뉴욕에선 606개 스팩이 상장해 총 1610억달러를 조달했다. 지난해 248개, 834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난 규모다. 홍콩과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놓고 겨루는 싱가포르는 올해 스팩 상장을 허용했다.

홍콩거래소는 스팩의 상장(IPO) 규모를 1억홍콩달러(약 152억원)로 제한했다. 또 20곳 이상의 기관투자가가 참여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며 개인의 투자는 제한하기로 했다. 스팩이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달 초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승차호출 및 음식배달 업체인 그랩이 스팩과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45억달러를 조달했으며 시가총액은 370억달러를 기록했다. 홍콩 최고 부호로 꼽히는 리카싱도 뉴욕에 상장된 스팩에 투자해 화제를 모았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