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종목 분석 보고서를 왜 볼까. 대부분이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주가가 적당한 수준인지, 앞으로 얼마나 상승 여력이 있는지, 그래서 지금 이 종목을 사야 하는지 팔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보고서를 찾아 읽는다. 모든 종목 보고서 표지 또는 최상단에 목표주가와 투자의견란이 있는 이유다. 하지만 그 자리를 ‘NR’ 두 글자가 채우고 있는 종목도 있다. Not Rated의 준말로, 한마디로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이 매겨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NR주는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꿈의 주식’일까, 몸집이 작고 외부 변수에 취약한 종목일까.
하이브도 한땐 'NR株'…올해 500% 뛴 종목도

늘어나는 NR 보고서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같은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NR 의견을 달아 발간한 종목 보고서는 2019년 1822개, 2020년 1885개에서 올해는 지난 10일까지 2063개로 계속 늘고 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NR 보고서가 나오는 건 주당순이익(EPS) 등 목표주가 추산 근거가 되는 자료에 접근이 힘든 종목들”이라며 “시가총액, 유통 주식 수, 매출 등이 지나치게 작아 기업의 성장성보다 외부 변수에 의해 주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클 때 NR 보고서를 낸다”고 설명했다. NR 보고서의 약 80%가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분석 보고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분석 대상에서 빠져 있던 종목을 직접 발굴하면 NR 의견을 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차적으로는 애널리스트의 판단, 2차적으로는 증권사마다 설치된 심의위원회 의견에 따라 NR 상태로 보고서가 발간된다. 신약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갈리는 바이오주도 NR 단골 종목이다.

괴리율 공시 제도 도입으로 인해 NR 보고서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2017년 9월부터 종목 보고서에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 간 괴리율을 제시하도록 했다.

비상장이거나 대규모 사업 구조 개편을 앞둔 종목도 NR 상태가 불가피하다. 올 9월 삼성증권은 비상장인 SK에코플랜트에 대해 NR 보고서를 냈다. SK건설이 사명을 바꾼 뒤 환경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증권사들이 비상장 주식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것도 NR 보고서가 늘어나는 이유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유망 비상장기업 분석을 위해 올 10월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했다. ‘KB 비상장 어벤저스’ 첫 보고서로 무신사를 분석했는데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 회사이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다.

NR은 매수 의견?

투자자 사이에서는 “NR은 매수 의견”이라는 말이 있다. NR 상태 종목 중 일부는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본 것이다. 시가총액 10조원이 넘는 엔터테인먼트 대장주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는 작년 9월 처음 나왔는데 NR 보고서였다.

하지만 대형 우량주에 비해 주가 변동성이 크고 투자 정보가 적다 보니 NR 종목 투자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올 1월 NR 보고서가 발간된 종목 155개의 올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위지윅스튜디오는 507.59% 급등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투자 열기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4일 당시 비상장 종목이거나 단순 콘퍼런스콜 요약 보고서는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다. 뒤이어 바이오니아(262.25%), 피엔에이치테크(207.52%)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엘앤케이바이오(-72.32%) 지놈앤컴퍼니(-56.98%) 메드팩토(-54.97%) 등은 올초 샀다면 현재 기준 손실을 봤다. 155개 종목 중 66개 종목이 지난 13일까지 마이너스 상태다.

이 기간 155개 종목 평균 주가 상승률은 16.46%다. 코스피지수(4.46%)나 코스닥지수(3.88%)를 앞섰다.

대개 몸집이 작은 NR주 특성상 ‘작전 세력’에 취약한 건 고질적 리스크다. 2019년 한 증권사의 전 리서치센터장이 애널리스트에게 스몰캡(중소형주) 매수 리포트를 내게 한 뒤 미리 사둔 주식을 파는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