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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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국내 증시 못 참겠다." 올해 초 코스피 3000 등정을 만들었던 개인투자자들이 5개월 연속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수 하락에도 베팅하는 상품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개인이 던진 삼성전자를, 기관은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경기민감주를 각각 사들였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638억원 어치의 현물 주식과 3311계약의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9921억원 어치와 1326억원 어치의 현물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200 선물은 외국인이 1만4556계약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1만813계약을 팔았다.

개인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4거래일동안 1조1804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어 코스피가 상승한 폭의 두 배 만큼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코덱스(KODEX) 레버리지(3625억원), 삼성전자우(2090억원), SK하이닉스(1848억원), 기아(1083억원), 현대차(753억원), 네이버(74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을 내던진 것이다.

단순히 주식을 판 것도 모자라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달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그 폭의 두 배로 수익이 나는 ETF인 코덱스200 선물 인버스2, 일명 곱버스였다. 순매수 규모는 4448억원에 이른다. 코스피가 하락하는 만큼만 수익이 나는 코덱스 인버스도 56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타이거(TIGER) 차이나전기차S0‧미국나스닥100‧미국테크톱(TOP)100‧미국필라델피아 등 해외주식에 간접투자하는 ETF도 개인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종목 중에서는 상장 이후 낙폭이 컸던 SK스퀘어와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주식 매도 소식에 급락했던 하이브를 각각 1503억원과 889억원 규모로 샀다. 또 에코프로비엠(876억원), 일진하이솔루스(657억원), 포스코케미칼(573억원) 등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지수 전망에 있어서 기관은 개인과 반대였다. 지난 1~6일 코덱스200선물인버스2와 코덱스 인버스를 각각 3994억원과 650억원 규모로 순매도한 대신, 코덱스 레버리지를 3234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코덱스200선물인버스2와 코덱스레버리지는 각각 기관의 순매도와 순매수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이외 기관의 매수 상위에는 SK하이닉스(1101억원), 삼성전기(726억원), 포스코(698억원), 삼성전자(515억원), 기아(507억원), 금호석유(466억원), 롯데케미칼(417억원) 등 경기민감주들이 대거 올라 있다. 코덱스 MSCI코리아TR도 119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은 종목 선택 면에서 개인과 반대였다.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이 1조1399억원으로 순매수 1위였다. 그 뒤를 삼성전자우(1759억원), 크래프톤(972억원), 네이버(797억원), SK하이닉스(737억원) 등이 이었다.

순매도 상위에는 개인이 가장 많이 판 주식 종목인 SK스퀘어(1443억원)가 1위에, 기관이 두 번째로 많이 판 코덱스 MSCI코리아TR(1199억원)이 2위에 각각 올라 있다. 에코프로비엠(800억원)와 포스코케미칼(414억원) 등 이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 주식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놓고 보면 지수 상승에 베팅한 기관과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인 외국인이 수익률 측면에서 개인을 이긴 것으로 보인다. 장 초반 약보합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11시8분 현재 전일 대비 7.59포인트(0.26%) 오른 2980.84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전일 대비 0.66%와 2.11% 오른 가격을 기록 중이다.

반면 개인의 판단을 지지하는 분석도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정도를 나타내는 MRI의 급등세를 근거로 주식 시장에서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기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반면 장기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와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이 공존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험지표(MRI)가 높아졌다는 점과 장단기 금리차의 축소라는 두 현상이 동시에 발생되는 구간에서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경험적인 수익률 측면에서 MRI가 높아져 있다는 자체로도 부진한 수익률이 우려되는 구간인데, 여기에 거시경제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추가되는 상황이라면 신중론의 당위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