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의 샤오미가 베이징에 첫 스마트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샤오미는 스마트카가 '생태계 구축'이라는 성장 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올해 작년 대비 2.5배 성장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50%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잡기 위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도 관련 사업을 발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샤오미, 우한에 2공장 추진

샤오미는 지난 27일 베이징 남동쪽 다싱구 경제기술개발지구에 연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스마트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스마트카는 전기자동차에 자율주행기능 등을 더한 미래차다. 자동차 업계에선 생산시설을 30만대 단위로 짓는 게 일반화돼 있다. 30만대 설비에 보통 1조원 정도가 투입된다.

샤오미는 1단계로 15만대 규모 설비를 지은 뒤 2단계 15만대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샤오미가 지난 8월 설립한 스마트카 업체인 샤오미자동차 본사도 같은 시설에 입주한다. 샤오미는 신공장에서 2024년부터 스마트카를 양산할 계획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에서 삼성과 애플에 이어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장착한 TV와 소형가전 등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카-스마트폰-가전으로 이어지는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전세계 샤오미 매장들을 스마트카 전시장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샤오미는 샤오미차 설립 자본금으로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입했으며 향후 10년 동안 총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80억위안(약 18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샤오미가 지난 3월 스마트카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이후 생산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베이징현대(현대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의 중국 합자사) 2공장, 독일 보그워드의 가동을 중단한 전기차 공장 등을 인수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번에 샤오미가 자체 신공장 설립을 확정하면서 다른 회사의 기존 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샤오미는 2번째 생산기지로 본사가 있는 우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으로, 중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도 수도 베이징이 아니라 우한에 있다. 샤오미는 2019년 우한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샤오미가 우한에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면서도 첫 공장을 베이징에 지은 것은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에 공장을 짓는 경제기술개발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다싱신도시에 있다. 바이두, 징둥닷컴 등 다른 중국 빅테크들도 최근 본사를 이 지역으로 이전했다. 중국 1위 반도체 수탁생산업체 중신궈지(SMIC)의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

중국 빅테크들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사업에 잇따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산업협회는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작년 136만대에서 올해 340만대, 내년 51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미국 테슬라와 중국 3대 신생업체인 웨이라이(NIO)·샤오펑·리샹이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웨이라이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샤오펑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2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 1위 검색엔진 바이두는 올 초 민영 1위 완성차업체인 지리자동차와 스마트카 합작법인인 지두자동차를 설립했다. 미국의 반도체 구입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위축된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충칭 기반 국유기업인 창안자동차, 배터리 중국 1위인 CATL과 프리미엄 스마트카 브랜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