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가 회사의 유상증자에 앞서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증서 중 80% 이상을 처분했다. 신주인수권증서는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해 신주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증권 형태로 만든 것이다. 최대주주인 박 대표에게 배정된 신주 중 상당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유상증자 이후 진원생명과학의 유통 가능 주식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최근 보유 중인 진원생명과학 신주인수권증서 39만9517주 가운데 32만9517주를 매도했다. 오는 24~25일 예정된 1353억원 규모 유상증자 청약에선 신주 7만 주만 사들일 계획이다. 조병문 전무(5만1525주) 박희곤 이사(4371주) 채재경 이사(3551주) 등 주요 임원도 박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보유 중인 신주인수권증서 대부분을 처분했다.

박 대표와 임원들이 배정받은 신주 가운데 상당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진원생명과학의 실질적인 유통물량이 당초 전망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발행되는 신주(576만 주)는 모두 상장일(12월 14일)부터 매도가 가능하다. 유상증자 직후엔 무상증자도 예정돼 있다.

이 회사는 다음달 24일 주주들을 상대로 보유주식 1주당 신주 0.5주씩 총 2539만8664주를 공짜로 발행한다. 이번 유·무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물량만 현재 발행주식 수(4521만1508주)의 68.7%에 달한다.

유통주식 증가는 주가에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진원생명과학 주가는 DNA 백신의 핵심 원료인 플라스미드 DNA 위탁생산(CMO) 시설 확대와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개발 기대감 등으로 지난 7월 8일 5만2800원까지 치솟았지만, 그 후 4개월여간 내리막을 타며 이날 2만8200원까지 주저앉았다. 하반기 바이오주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와중에 대규모 신주 발행 소식으로 주식 가치 희석 우려까지 얹어진 영향이 컸다.

지금처럼 주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최종 신주 발행가격이 예정가격(2만3500원)보다 낮게 조정돼 조달금액이 계획보다 줄어들 수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