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명품 골프웨어를 입고 ‘인증샷’을 올리는 친구들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세상의 흐름에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입문했다. 골프웨어를 사러 가서 보니 일반 의류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놀랐다. 하지만 ‘해외여행도 못 가는데’라는 생각에 여행에 쓸 돈으로 망설임 없이 구입을 결정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골프 열풍이 거세다. 업계에서는 젊은 층의 유입으로 골프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변화를 보여주는 곳이 골프웨어 시장이다. 골프웨어 전문업체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 열풍을 타고 성장하고 있다.
골프웨어 1위 크리스에프앤씨, 2030 날개 달고 주가 '굿샷'

골프웨어 시장 급성장

크리스에프앤씨는 26일 2.30% 오른 4만4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며 5.58% 뛰었다. 신고가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와 비교해선 71.9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3.49%였다.

크리스에프앤씨는 국내 골프웨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일본의 ‘파리게이츠’와 ‘마스터바니’, 미국의 ‘핑’,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류스’ 등 해외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팬텀’도 갖고 있다. 각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파리게이츠(33%·지난해 기준), 핑(29%), 팬텀(24%), 마스터바니(9%), 세인트앤드류스(5%)로 나타났다. 중저가부터 초고가 제품을 모두 아우르며, 소비자 연령대에 따라 맞춤화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는 게 크리스에프앤씨의 특징이다.

코로나19는 국내 골프산업과 크리스에프앤씨에 반전의 계기를 제공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골프산업은 침체를 걱정할 정도였다. 크리스에프앤씨 주가도 2019년 한 해 동안 24.20%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막히자 사람들은 골프장으로 눈을 돌렸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증샷을 남기는 게 새로운 라운딩 문화가 됐다. 인증샷에서 패션은 필수적 요소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추정된다. 2009년(293만 명) 이후 12년 만에 75.8% 증가했다. 2030세대 골프 인구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올해 2030세대 골프 인구는 지난해보다 34.7% 늘어난 115만 명에 달한다.

40~50대 남성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에 젊은 층이 뛰어들면서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골프웨어다. 2030세대는 골프웨어를 단순한 ‘운동복’이 아니라 ‘패션’으로 소비한다. 필드에서 자신만의 패션을 추구하는 2030세대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골프웨어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올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5조685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10.9% 증가한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1.4% 늘어난 6조335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실적 개선 지속”

골프웨어산업의 성장을 등에 업고 크리스에프앤씨의 실적도 우상향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크리스에프앤씨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39.6% 증가한 696억원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9.3% 늘어난 9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정민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와 해외여행 재개 후에도 골프웨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웨어를 넘어 다양한 골프용품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어 꾸준한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영업이익률이다. 2019년 크리스에프앤씨의 영업이익률은 14.5%였다. 지난해 17.0%로 올랐고 올해는 19.6%, 내년에는 22.0%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유통망을 강화하면서 고정비를 절감한 결과다. 여기에 고가 브랜드인 세인트앤드류스와 마스터바니에 대한 수요까지 늘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동종업체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크리스에프앤씨의 2021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이다. 브랜드 의류업체 평균(20.4배)에 비해 한참 낮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