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 이후 3백만여 명의 미국인들이 사실상 자발적인 조기 퇴직을 했다고 미 중앙은행(Fed)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겔 파리아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붐과 최근 퇴직자들의 추세를 비교한 보고서에서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팬데믹 이후 ‘정상적이지 않은’ 퇴직을 했다고 추산했다. 팬데믹 후 직장을 떠난 525만 명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스스로 그만둔 사례라는 분석이다.

동기는 두 가지로 추정했다. 첫 번째는 감염 위험에 취약한 노년층이란 점이다. 또 다른 배경은 소득 증가다. 주식 및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굳이 근로 소득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얘기다.

파리아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부유해지면 일을 덜한다는 게 일반적인 이론”이라며 “퇴직 시점에 가까운 사람들의 경우 자산 가치가 늘면 노동력 참여가 줄어들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불경기엔 이런 경향이 훨씬 강해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2019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 사이 55~64세 미국인의 실질 순자산은 14.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인들의 은퇴 자산이 팬데믹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Fed 및 블룸버그 제공
미국인들의 은퇴 자산이 팬데믹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Fed 및 블룸버그 제공
로런스 카츠 하버드 이코노미스트는 하버드 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세대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자발적 실직 붐’을 경험하고 있다”며 “중·상류층이 증시 호황과 함께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런 자발적인 조기 퇴직자들이 고용 시장에 재진입할 지 여부다.

파리아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에 따라 이들 중 상당수가 직장 복귀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돌아오든 그러지 않든 미 노동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4월에 실시됐던 미 정부 조사에서도 55세 이상 미국인 270만여 명이 “당초 계획보다 빨리 은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