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2일 2900선을 겨우 지켜냈다. 악재는 쏟아지고, 하락을 막아줄 강력한 매수 주체가 실종됨에 따라 당분간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

증시 떠받쳐줄 매수주체가 안 보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901.51까지 하락해 2900선마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2916.38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지난 7일을 제외하고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반도체 등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에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규제와 중국 전력난까지 대내외 불안 요소가 끊이지 않았다.

지수를 떠받칠 매수 주체도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8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올해 4월 이후 처음 월간 기준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외국인 매물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에 집중돼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원화가치 하락은 환 손실 우려에 외국인 주식 매도를 부추기고 외국인 매도는 다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매달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연기금은 이날 순매수를 기록하긴 했다. 그러나 순매수액은 490억원에 그쳤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98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작년 같은 공격적 매수는 없었다. 금융당국이 연일 ‘빚투(빚내서 투자)’에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부터 지수가 꺾이자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개인투자자가 단기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건데, 담보로 잡힌 주식 가격이 떨어져 일정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했다는 얘기다. 이달 들어 8일까지 반대매매 규모는 1482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총 반대매매액(3259억원)의 3분의 1이 넘는다. 올 들어 총 3조9666억원으로 작년(3조9215억원) 기록을 이미 뛰어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개인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22조3384억원이었으나 지난달 2조7429억원으로 급감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매수 기준)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67.44%에서 61.03%로 줄었다.

6월 하반기 투자전략 리포트를 내며 코스피지수가 27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고했던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는 섣불리 바닥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