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11월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공식화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는 강세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 따르면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1.5%를 돌파했다. 3개월 내 최고치다. 오후 2시30분 현재 소폭 하락해 연 1.475%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30년 만기 채권 금리 역시 3개월만의 최고치인 연 1.99%를 넘어섰다.

지난 3월 일시적으로 연 1.74%까지 치솟았던 10년짜리 국채 금리는 이후 연 1.2% 밑으로 하락했다. 델타 변이 확산과 함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던 탓이다. 올해 말 2.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월가의 분석기관들도 채권 금리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건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부터다. 오는 11월 시장에 공급해온 유동성을 줄이기 시작하겠다고 공표한 데 이어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종전 2023년에서 내년 말로 앞당겼다. Fed가 시장 예상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채권 금리도 급등세로 반전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채권 시장은 최근 들어 일관성 있게 (위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채권 시장이 통화 당국의 변화에 증시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7일(현지시간) 장중 93.35를 기록하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7일(현지시간) 장중 93.35를 기록하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 역시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에 참석해 “테이퍼링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확인했다.

그는 “물가와 고용 목표를 향한 매우 좋은 진전을 확인했다”며 “이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자산 매입 속도에 분명한 변화를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물가가 2.0%로 회복할 것이지만 완전히 정착하는 데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Fed는 연말 물가를 3.7%(개인소비지출 근원 가격지수 기준)로 예상했으나 내년부터 다시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이런 Fed 위원들의 컨센서스보다 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이란 평가다.

미 달러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장중 달러인덱스는 93.35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달 초만 해도 91 선에서 움직였다. 미국 국채 수요가 한꺼번에 유입된 게 주요 배경이란 설명이다.

한편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8일 상원에 출석해 현재의 경기 상황과 경제·통화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