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자사 첫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하반기 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제공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자사 첫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하반기 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지=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제공
대표 가치투자 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자사 첫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하반기 내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중장기적인 기간을 두고 종목을 철저히 고르는 공모형 펀드가 주력이었던 만큼 이번 결정에 대해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 메리츠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다른 가치투자 운용사들의 관련 상품 출시도 예정돼 자산운용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연내 액티브 ETF 출시를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은 사내 공모를 통해 '비타(VITA)'로 낙점했다. 가치(Value), 진실성(Integrity), 투명성(Transparency), 알파(Alpha) 등 네 단어의 앞 철자를 땄다.

VITA 액티브 ETF는 기업의 가치분석에 집중하는 진실되고 투명한 운용으로 알파라는 초과성과를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타깃 연령층은 3040세대다. 증권사 온라인 주식투자 고객이나 연금저축·퇴직연금 가입자 등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액티브 ETF는 액티브 펀드를 ETF 형태로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이다. 기존 ETF가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한다면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일부 종목 변경을 시도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펀드 매니저의 관여도가 높은 만큼 지수 급등락 등 시장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종목 구성과 투자 비중 등이 담긴 자산구성내역(PDF)이 매 거래일 공개되는 점도 특징이다.

금대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상무는 "당사 첫 액티브 ETF가 될 것"이라며 "거래소 측에 ETF 출시 계획을 밝힌 상태이며 벤치마크(BM) 지수 시뮬레이션 등 내부적인 준비를 끝마친 뒤 상장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가치투자 펀드로 이름을 알려온 또 다른 운용사 메리츠자산운용도 거래소에서 액티브 ETF 출시와 관련한 상장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브랜드명은 '마스터(Master)'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상장 심사를 신청한 상태"라며 "통상 ETF 심사 신청부터 승인까지 2개월가량이 걸리는 만큼 이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에 ETF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독립계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연내 액티브 ETF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4일 비대면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 많이 노출된 테마성 액티브 ETF를 벗어나 비정형 데이터를 접목해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이 CIO는 간담회에서 "현재 상장돼 있는 ETF는 500여개로 상당히 많은데 여기에서 변별력을 내거나 특별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시장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고유의 데이터셋을 활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신영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액티브 ETF 출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치투자 운용사들은 성장주보다는 저평가된 가치주를 주로 취급했다. 때문에 이들 운용사들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으로 분류되는 액티브 ETF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여겨진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직접 투자'를 통해 늘면서 펀드와 같은 간접 투자는 인기가 줄고 있다. 그나마 ETF 시장은 커지고 있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은 성장성을 감안해 뛰어들고 있다.

ETF 시장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전일인 15일 국내 상장된 ETF의 순자산 총액은 64조1224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12월 30일) 기준 순자산이 52조365억원으로 집계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서만 12조859억원(23%) 증가한 것이다.

기업들도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모습이다. 거래소 통계에서 15일 기준 국내에 상장한 ETF는 총 503개다.

이 가운데 주식형 액티브 ETF는 역사가 짧아 아직까지는 그 비중이 크지 않다. 액티브 ETF는 작년 7월 처음 국내 상장이 허용됐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규정 규정이 개정된 뒤 시장이 본격 활기를 띤 것은 지난 5월이다. 이달에만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신탁·타임폴리오 등 자산운용사 4곳에서 무려 8개의 액티브 ETF가 출시됐다. 대형 운용사들이 액티브 ETF를 내놓자, 가치투자 운용사를 포함한 중소형 업체들도 시류 편승에 나선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시장 주도자가 먼저 시장에 나서서 다른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퍼스트 펭귄' 효과가 액티브 ETF 시장에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국내에 가치특화된 ETF 벤더가 없단 점에서 가치투자 운용사들 간 액티브 ETF 경쟁은 곧 니치마켓 선점으로 이어질 듯하다"고 분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