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미국의 증세안이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를 통과했다. 전체 하원 통과엔 청신호가 켜졌지만 큰 폭의 증세에 부정적인 민주당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상원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통과해야 증세안은 실행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현재보다 2조1000억달러의 세금을 늘리는 안건이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에서 찬성 24표, 반대 19표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위원회에 속한 의원들은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과, 아동 세액 공제 확대, 청정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등에 대부분 동의했다.

리차드 닐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과 부자들이 공공이익에 조금 더 기여할 수 있도록 요청하게 됐다"며 "우리가 정한 인상폭은 여러 계획된 투자 비용을 지불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2017년 세법 개정 때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안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21%에서 26.5%로 오르되 중소기업에 대해선 세율을 경감해준다. 미국 기업이 해외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이 늘어난다. 암호화폐와 상품에 대해서도 주식과 같은 세금 원칙을 적용한다.

개인에 대해선 소득세 최고세율이 37%에서 39.6%로 오르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감세한 이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연 소득 500만 달러 이상인 개인든 3%의 부가세를 내게 된다. 고소득자의 자본이득세율도 20%에서 25%로 상승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정한 부동산 관련 세금 감면은 내년말로 종료한다.

공화당은 이번 세금 인상이 실행되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미국을 떠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빈 브래디 공화당 의원은 "미국 정부가 그렇게 많은 일자리를 죽이고 가격을 올리면서 빈곤층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도록 하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낭비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온건파들이 증세안을 반대하고 있어 최종 표결에서는 수정안이 상정될 수 있다. 더 큰 장벽은 상원이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피해 예산조정권을 발동해 통과시키려면 100명의 상원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상원 의석 수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50석씩 나눠갖고 있어 민주당 의원 전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을 비롯한 초당파 의원들은 법인세 인상폭을 25%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내 강경파인 론 와이든 상원 금융위원장은 "하원 위원회에서 정한 안은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부과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의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매기자는 백악관의 제안 수준에서 크게 후퇴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