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후 재상장, 한국이 유일…ESG 가치에 어긋나"
LG화학이 지난해 ‘알짜’ 배터리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다고 공시한 날 주가는 6% 넘게 급락했다. 물적 분할로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데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기존 주주가 새 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한다. 이처럼 기업이 핵심 사업을 물적 분할한 후 재상장하는 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4일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가 처음 발간한 주간 ESG 투자 가이드 ‘YESG’를 통해 “물적분할 후 재상장은 한국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사업 분사 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국내 지주사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힌다.

그는 “통계적으로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는 해당 사업 가치의 일정 부분만큼 시가총액 상실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영진은 이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이며, 이사회는 전혀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지배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11개 주요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 대비 평균 할인율은 61%에 달한다.

그는 또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 누리는 이익은 거의 없다”며 “최근에 자회사 분할 및 상장 이슈에 노출된 한국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카카오의 경영자와 이사진은 투자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ESG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3요소 중 E에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집중돼서다. 최 연구원은 “모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버넌스가 건전할 때만이 다른 요소인 E와 S의 의미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을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날부터 ESG 관련 이슈, 분석 등을 담은 주간 자료 ‘YESG’를 발간할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