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테이퍼링·실적부진·법인세 인상 3災"
내년 기업들 실적개선도 둔화
모건스탠리 "美주식 비중축소"
UBS·JP모간은 여전히 낙관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1일(현지시간) ‘파티 음악이 느려지는데 계속 춤을 출 건가’란 보고서에서 “물가 압력이 세지는 가운데 물류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연말 증시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미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아예 ‘비중 축소(underweight)’로 조정했다. 이 투자은행의 연말 지수 전망치는 4000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종가(4458.58) 대비 10.3% 낮은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 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6.0%로 봤으나 최근 5.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분기에 6.6%를 기록했던 미국의 성장률은 4분기에 5.5%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스티펠 니콜라우스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3800으로, 지금보다 15%가량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증시 조정론의 첫 번째 근거는 통화정책의 변화다. Fed의 긴축 전환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Fed의 테이퍼링은 오는 11월께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테이퍼링 종료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증시엔 더욱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상장 기업들의 실적 흐름도 최근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S&P500 상장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3%로 높지만,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아서다. 월가의 21개 투자회사는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37% 급증하겠지만 내년엔 1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기업들엔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출범 직후부터 법인세를 종전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하락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짜야 할까. BoA는 인플레이션 혜택을 볼 수 있는 배당주와 경기민감주를 추천했다. 에너지와 금융, 소재주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형주(스몰캡)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들 종목은 미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동하는 특성을 보이는 데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도 향후 10년간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다.
여전히 뉴욕증시가 장기 활황을 보일 것이란 투자회사도 있다. UBS가 대표적이다. 이 투자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 S&P500지수 전망치를 4650, 내년엔 4850으로 예상했다. JP모간은 가계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경제성장률 및 기업 생산성 향상, 유연해진 통화정책 등을 들어 지수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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