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03일(11: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사진=뉴스1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현대자동차 그룹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2022년말엔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 판매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S&P는 2019년말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A-에서 BBB+로 내리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번 평가에서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B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현대제철의 ‘B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 등 계열사 개별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의 ‘BBB+’ 장기 채권등급도 종전과 동일하게 평가했다. 현대캐피탈의 등급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조정했으며, ‘B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A-2’ 단기 발행자 신용등급도 변동없다.

S&P는 완성차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이 내년까지 8%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 완성차 부문은 1년~1년 반 동안 양호한 판매실적과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현대차 그룹은 북미와 서유럽, 국내 등 주요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현대차의 싼타크루즈와 제네시스, 기아차의 카니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 신흥시장 지위도 강화 중이다. S&P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이 2022년말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수익성 역시 2021~2022년 각각 7.9~8.4% 수준으로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자동차 반도체 공급부족, 일회성 품질비용, 노사문제 등 수익성 하락요인을 일부 반영한 추정치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사업으로의 전환을 계획대로 진행 중인 점도 감안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일 회사의 주력 모델인 제네시스를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로만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국 앱티브PLC(자동차부품)와 보스턴다이내믹스(로봇공학) 등 계열사 간 여러 건의 공동 투자를 진행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S&P는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했다. S&P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영업현금흐름으로 소화 가능한 선에서 자본 지출과 배당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차는 12조3000억원, 기아는 7조9000억원 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역시 8조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S&P는 현대차 그룹의 그룹신용도를 계열사 자체신용도 가중평균에 기반해 평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그룹은 계열사간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상호간 지배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로 다수의 계열사가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긴밀한 사업관계로 엮인 기업군이라고 판단했다. 그룹의 높은 수직계열화 수준, 브랜드 공유, 오너 일가의 실질적 지배력을 고려할 때,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간 사업 긴밀도는 S&P의 평가기준에 정의된 일반적인 사례보다 높다는 판단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