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기술주 봉인 해제했나…나스닥 폭등 지속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급등하면서 30일(현지시간)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습니다.

나스닥은 0.90%나 올랐고 S&P500 지수는 0.43% 상승했습니다. 다만 다우는 0.16%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은 지난 19일부터 8거래일 중 단 하루(8월26일)를 뺀 7거래일 동안 상승했고 그 기간 1% 이상 오른 날이 사흘이나 됩니다. 이날도 장중에는 1%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확연히 기술주들이 살아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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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차기 아이폰13에 위성 통신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소문에 3.04%(4.52달러) 오른 153.1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가 총액이 처음으로 2조5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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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I증권의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아이폰에 위성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넣어 4G/5G 전파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도 통화와 메시지 전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위성서비스 제공업체인 글로벌스타, 이리듐 등도 폭등했습니다. 글로벌스타는 한때 44%까지 상승했습니다.

아마존은 핀테크 업체 어펌과 손잡고 후불결제 서비스를 확대키로 하면서 2.15%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펌은 46.67% 폭등했습니다.

기술주 전반 상승에는 금리가 연 1.2%대로 급락한 것도 커다란 요인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3bp(1bp=0.01%포인트) 이상 하락해 1.27%까지 떨어졌습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있기 전인 지난 26일 기록한 1.36%에서 대폭 낮아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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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의 연설이 그만큼 영향을 미친 겁니다. 파월은 지난 금요일 잭슨홀 연설에서 테이퍼링을 하려면 고용에서 추가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테이퍼링 발표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아니라 11, 12월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강한 가운데 연말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TS 롬바르드의 스티브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한도와 관련한 시장 혼란이 테이퍼링 시작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부채한도 상한 유예 조치는 지난 7월 말 종료됐습니다. 유예 조치가 시행된 지난 2년간 연방정부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 현재 28조5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22조 달러로 되어 있는 기존의 부채한도를 상향해야 합니다.

재무부는 부채한도 상한 유예 종료로 인해 신규 국채를 찍지 못합니다. 세수나 기존의 예산을 긴급 조치로 돌려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최대 3개월을 버틸 것으로 예상합니다. 의회가 10월 말, 11월 초까지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한도 적용을 유예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도 거론될 수 있습니다.

미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쉽게 높여주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입니다. 공화당 의원 46명은 조 바이든 정부가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사회복지 패키지)을 밀어붙이면 ‘공화당 지원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민주당은 현재 이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예산조정 절차'를 시작했지요.

하필 이 시기가 11월 FOMC가 열릴 때입니다. 11월 2~3일에 개최되지요. 만약 연방정부 폐쇄, 신용등급 논란 등으로 금융시장 혼란이 생겨난다면 테이퍼링을 실시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테이퍼링을 해도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꽤 많습니다. 지난 2014년 테이퍼링이 실시됐을 때 실제 금리는 그해 1월 초 3% 수준에서 그해 말 2% 초반까지 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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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기준금리를 올린다 해도 몇 번 못 올릴 것이란 관측도 저금리가 지속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펜데믹 이전인 작년 2월 금리가 연 1.3~1.5% 수준이었다"라며 "지금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당시보다 좋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Fed가 2023년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 해도 두세 번에서 최대 다섯 번 정도 올리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현재 0~0.25%인 기준금리가 연 1% 수준까지 인상되면 경제가 버티질 못할 것이란 뜻입니다. 그동안 연방정부부터 기업까지 부채가 급등해 조금만 금리가 높아져도 경제 주체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델타 변이가 끈질기게 번지고 있는 것도 금리를 짓누르는 요인입니다. 몇몇 정점 징후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확산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9일 기준 미국의 7일 이동평균 확진자는 2주 전보다 20% 늘어난 15만6886명, 하루 평균 사망자는 96% 증가한 1296명에 달합니다. 올해 3월 이후 처음 1000명을 넘겼습니다. 또 7일 이동평균 입원환자 수는 10만35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월 말 이래 가장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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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럽연합(EU)은 회원국에 미국을 안전한 여행이 가능한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지난 6월 미국발 관광객의 입국 제한을 해제한 지 두 달 만입니다.

만약 금리가 이렇게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기술주의 세상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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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에 따르면 웨드부시는 이날 기술주가 연말까지 7~1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애플, 다큐사인 등이 우수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이엘 아이브스 기술 담당 애널리스트는 "잭슨홀 미팅 등 Fed의 메시지는 기술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며, 단기적으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위험 자산에겐 거칠 게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더 매파적인 파월 의장이나 Fed, 그리고 금리 인상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기술주 및 시장 랠리를 위협해온 걱정거리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기술주에 계속 긍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 생태계 전반에 거친 디지털 혁신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향후 10년간 2조 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의 논리와 일맥상통합니다. 우드는 기술주들이 혁신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성장해 현재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을 정당화시킬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웨드부시는 기술주 영역 가운데 클라우드와 사이버 보안 분야가 가장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다큐사인, 나이스, 페가시스템스 등도 기술주 강세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애플의 경우 향후 12개월 동안 주당 185달러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3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월가의 한 대형 투자자도 "지난 10년간 기술주의 전성시대였고, 기술주를 계속 보유한 투자자들이 큰돈을 벌었다"면서 "누가 뭐라 해도 기술주를 팔고 다른 주식을 살 경우 과연 그만큼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대다수 월가 은행들은 경기민감주를 사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월간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는 기술주 거래가 거의 항상 가장 붐비는 거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술주 하락을 경계하는 쪽에선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애플은 주가주식비율(PER) 30배 수준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38배, 아마존은 60배에 달합니다. 그래서 경기 개선과 함께 금리가 높아지면 밸류에이션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모건스탠리가 대표적입니다. 이날 일론 머스크조차 "1999년(닷컴 버블)이 미쳤다고 생각했었지만 2021년은 1000% 더 미쳤다"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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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펠의 배리 베니스터 전략가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난 몇 달간 중국 기술주로부터 빠진 돈이 미국 기술주로 몰리면서 미국 빅테크 주가에 거품이 더 커졌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최근 금리 전망치를 1.8%에서 1.55%로 낮추기는 했지만 대부분 월가 금융사들은 여전히 연말로 가면서 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가 정점을 지나면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Fed가 테이퍼링을 실시하면 금리를 짓누르던 요인들이 완화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UBS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비둘기파 성향을 드러낸 건 사실 채권 가격에 부정적(채권 금리를 높일 수 있다)”이라고 밝혔습니다. 매파 성향이 더 강했다면 시장은 좀 더 공격적인 기준금리 상승을 예상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향후 경기 전망을 낮추면서 장기 금리가 눌렸을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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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잭슨홀 미팅 연설은 고용시장 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경기를 약간 과열될 수도 있게 놔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UBS는 “이는 올해 말 금리가 지난 3월 기록한 1.75%의 연중 최고치를 연말께 다시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우리 견해를 뒷받침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UBS는 이는 올 초처럼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경기민감주와 가치주가 다시 부각되리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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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낮은 금리, 그리고 기술주를 믿으십니까, 아니면 높은 금리 그리고 경기민감주 약진을 믿으십니까.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