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사진=한경 DB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사진=한경 DB
삼성전자 주가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연초 10만전자가 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무색하게 횡보하고 있다. 2분기 호실적을 내놓고 대규모 투자 발표를 했음에도 마찬가지다. 외국계 증권사나 투자은행(IB) 전망도 오락가락하면서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10만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450여만명의 주주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보다 300원(0.40%) 내린 7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11일 사상 최고가(장중 9만6800원)를 기록한지 약 8개월 동안 23%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연초 10만전자를 돌파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주가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사태에 따른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으로 주가가 흔들리더니 이달 들어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전망 리포트 영향으로 7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팔라" 외친 외국계 증권사…주가 직격탄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삼성전자 주가에 직격탄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기대감에 이달 초 장중 8만3300원까지 회복했던 주가는 부정적인 리포트가 나온 직후 연일 하락하며 장중 7만2500원까지 13% 가까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글로벌 IB 모간스탠리에 이어 외국계 증권사 CLSA까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던 터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6일 CLSA는 "올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 단가가 25%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사이클 후반기에 진입해 얻는 보상보다 위험이 크다"며 "D램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서 상승률은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들 증권사가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갈팡질팡한 모습을 나타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며 하향조정한 지 4일 만에 '강력 추천' 종목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지어 CLSA도 1주일만에 비중 축소에서 시장수익률(언더퍼폼)으로 상향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오락가락 전망에 투자자별 수급도 엇갈리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이달 2일부터 26일까지 각각 5조7697억원과 5935억원 순매수 했다. 반면 외국인은 6조5671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개인이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10만전자 찍을 수 있을까?…전문가들 "올해는 힘들다"

'자식까지 물려줄 주식'이라며 단기 조정에 과감했던 주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경쟁력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실적'이나 '투자'에도 주가는 약세이기 때문이다. 이번주에는 깜짝 투자발표에도 성적은 지지부진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4일 바이오제약 등 신사업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4만명을 고용하는 등 전략·혁신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산업구조 개편에 적극 대응한다고 밝혔다. 주가는 발표 전날인 23일 종가 기준 7만3300원이다가 4거래일동안 1.36% 오르는데 그쳤다.
(사진 왼쪽부터) 홍광직 유안타증권 과장,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박병창 교보증권 부장.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사진 왼쪽부터) 홍광직 유안타증권 과장,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박병창 교보증권 부장.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올 하반기까지 삼성전자가 10만전자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2021 한경 재테크쇼'에서 '염블리'로 불리며 주식시장의 멘토로 활약중인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를 비롯해 박병창 교보증권 부장, 홍광직 유안타증권 과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10만전자가 될 수 있다'는 OX공통질문에서 모두 'X'를 들었다.

이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추가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한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언택트 수요 둔화, 메모리 설비투자(Capex) 상향 조정, 반도체 주식 밸류에이션 하락 추세 등 리스크 요인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어 향후 반도체 호황 지속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밸류에이션과 역사적으로 동행해온 전세계 유동성 증감률와 미국 ISM(공급자관리협회) 상대 강도 등 관련 지표들의 하락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