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재생 플라스틱과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하고 수소 성장 로드맵을 내놓았다. 아직은 신사업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3분기 이후 기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ESG] ESG 핫 종목 -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탄소 포집·활용(CCU) 실증 설비.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탄소 포집·활용(CCU) 실증 설비. /롯데케미칼

전통적 화학업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관점에서 분명한 한계점을 드러낸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15%가량을 화학 산업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업체로선 거세진 중국 업체와의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 일로였다. 경기에 민감한 업황 탓에 기업의 이익도 크게 좌지우지됐다.

화학업체는 ESG 시대를 맞아 안정적 이익 창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친환경 소재, 친환경 사업에 진출해야 했다. ESG가 화학업체에 투자 유치를 위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미래를 건 생존 전략이 된 이유다.

국내 화학업체 중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드러냈다. 친환경 소재 산업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수소 사업까지 신사업을 제시했으며, 올해를 그 변화의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변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변화 속도와 내용에 따라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주로 옷 갈아입는 화학 기업



재생 플라스틱·배터리 소재 진출

롯데케미칼은 8월 한 달 내내 25만원 언저리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3월 2일 장중 33만8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꾸준히 우하향했다. 시가총액은 8조원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유가증권시장 50위권에도 겨우 들었다.

올 초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기대로 급상승한 주가가 화학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로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조1191억원으로 1개월 전 전망치(2조2235억원)보다 줄었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개월 전 2조359억원에서 1조8670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를 담당하는 올레핀이 경쟁사 증설 영향으로 스프레드(이익)가 악화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로서는 중장기 성장성을 담보하기 위해 친환경 소재 신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문은 재생 플라스틱 사업이 열었다. 롯데그룹이 지난 2월에 발표한 ‘그린 프로미스 2030’을 통해서다. 롯데그룹 화학 사업 부문이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롯데그룹 화학 BU장인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당시 “친환경 사업 강화와 자원 선순환, 기후 위기 대응, 그린 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 과제에 5조2000억원을 투자해 ESG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발표 이후 한 달간 주가는 27만원대에서 33만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구체적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시장의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변해갔다. 5월이 돼서야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사업 진출 소식을 내놨다. 2차전지 소재인 전해액 사업에 2100억원을 투자, 2023년 하반기 생산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 진출 시기가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투자 규모도 변신이라기엔 미미했다. 2월과 달리 신사업 계획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빠진 이유다.

수소 성장 로드맵 발표

그리고 2개월이 지나 시장의 관심이 식을 무렵 롯데케미칼은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7월 13일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며 ‘2030 수소 성장 로드맵’을 발표한 것. 수소는 현대차, 두산, 효성 등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이다. LG화학이 화학주에서 배터리주로 변신에 성공한 것처럼 수소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주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소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신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30년까지 60만 톤의 청정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우선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44만 톤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에 생산 중인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한 블루수소 16만 톤을 더한다는 청사진이다.

2025년까지 액체 수소 충전소 50개도 구축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는 복합충전소 200개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저장용 고압 탱크 개발을 통해 2025년 10만 개의 수소탱크를 양산하고, 30년에는 50만 개로 확대 생산해 수소 승용차 및 상용차에 적용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매출 3조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되면 2021년에는 매출의 60%를 차지하던 석유화학 관련 사업이 40%로 줄어들고, 친환경 사업 비중이 4%에서 20%로 늘어난다.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은 반기보고서에도 롯데의 기술 개발이 친환경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연구 개발 실적에는 ‘차량용 수소탱크(50리터급) 신기술 개발’, ‘폐플라스틱 활용 친환경 소재(rPET) 개발’, ‘2차전지 분리막용 친환경 플라스틱(HDPE) 제품 개발’ 등이 나열돼 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 관련 사업은 대규모 선점을 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유리하다”며 “고마진 성장 사업으로 변할 수 있는 만큼 기대가 점차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주로 옷 갈아입는 화학 기업



주가 저평가…3분기 기점 업황 반등

문제는 주가 반영 여부다. 오랜 조정으로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 많다. 아직까지는 수소 등 신사업 기대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당장 눈앞의 3분기 실적 우려가 주가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나프타 생산설비(NCC) 증설 영향으로 이익이 줄어들 예정이다. 다만 수요상으로는 연말 재고 축적 수요와 유럽의 경기회복세에 따른 산업재 수요가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 미만까지 떨어졌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의 역사적 밴드(범위) 하단이다. 기존 화학주의 관점으로만 봐도 매수할 만한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3분기 이후 신사업에 대한 기대가 점차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를 기점으로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며 “현재 밸류에이션은 저평가 상태인 만큼 하락보다는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목표 주가 평균은 37만3000원으로 40% 넘게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평가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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