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26일 정부의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기업과 교육 기업에 대한 규제 확대와 미·중 갈등 재고조 우려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교육과의 전쟁' 후폭풍…中증시 급락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82.96포인트(2.34%) 내린 3467.44로 장을 마쳤다. 선전성분지수는 397.72포인트(2.65%) 떨어진 14,630.85로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장중 3% 넘게 급락했다.

홍콩증시를 통한 외국인의 중국 본토 주식 거래를 뜻하는 북향자금은 이날 상하이에서 57억위안, 선전에서 71억위안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하루 동안 외국인 순매도는 128억위안(약 2조277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7월 14일 173억위안 순매도 후 최대 기록이다.

상하이증시 시가총액 1위인 마오타이가 5.05%, 우량예가 7.99% 급락하는 등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소비재 주식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가 내수 소비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에 내수주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홍콩증시에선 시총 1위 텐센트(-7.16%)를 비롯해 알리바바(-5.60%), 메이퇀뎬핑(-11.13%), 징둥(-6.76%) 등 빅테크 주식이 일제히 폭락했다.

중국 당국이 빅테크에 반독점·금융업 제한 등의 규제를 가하는 가운데 지난 주말 텐센트의 주력 계열사인 텐센트뮤직에 음악 독점 배포권을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정부가 사교육 업체에 이윤 추구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주도 나란히 급락했다.

이날 셰펑 중국 외교부 차관이 톈진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 간 갈등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지난 주말 ‘반(反)외국제재법’의 첫 적용 사례로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부 장관을 제재한 데다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마찰 가능성도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