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퇴직연금 안녕하십니까?
(2) 커지는 수익률 격차

미래에셋 가입자 14만명 분석
고수들 성장 섹터에 집중 투자
포트폴리오 주기적 조정

커지는 '연금 양극화' 우려
손실 겁낸 투자자들은
은행 정기예금에 집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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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직장인 A씨는 ‘안전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그간 퇴직연금을 은행 예금에 묻어뒀다. 제로(0) 금리 탓에 1%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지켜보다 올초 일부를 펀드에 투자했다. 그마저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채권형 펀드를 선택했는데, 2%가량 손실이 났다. 결국 A씨 퇴직연금 계좌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로 떨어졌다.

40대 직장인 B씨의 최근 5년간 퇴직연금 계좌 수익률은 100%를 넘어섰다.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적극 투자한 결과다. 긴 호흡을 갖고 미래 성장성에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시황에 맞게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도 수익에 보탬이 됐다.

두 실제 사례처럼 노후를 책임질 퇴직연금의 개인별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단순히 1년간의 문제가 아니다. B씨처럼 연금 고수들은 이미 두둑한 노후자금을 챙겼다. ‘연금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연금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는?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금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고객 수익률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위 5%와 하위 5%의 격차는 40%포인트에 달했다.

연금 고수익자들은 지난해 증시 상승세를 활용해 기술주 펀드와 ETF에 집중 투자했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상품은 ‘미래에셋G2이노베이터펀드’였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 혁신기업들을 담고 있는 상품에 노후자금을 투자한 셈이다.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익률이 저조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은행 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 투자돼 있었다. 세대를 불문하고 투자 방법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이들이 주를 이뤘다. 올 들어 연금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뒤늦게 예금 비중을 줄였지만 펀드 상품 선택이 잘못된 경우도 많았다. 매수 시점 때문에 1년 수익률 기준 큰 손실을 낸 투자자들이 여기에 해당했다.

포트폴리오 구성도 수익률 격차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하위 5%의 투자자들은 모두 7 대 3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었지만 비중이 달랐다. 높은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실적배당형을, 최하위 투자자들은 원리금보장형을 70%씩 채웠다.
기술주 펀드·ETF 집중 vs 원금보장…집착 1년 수익률 격차 40%P

“방치하다가 격차 갈수록 커진다”
연금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높은 4050세대는 최근 1년간 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70대 이상(5.4%)과 여전히 예금 비중이 높은 20대(7.1%)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 4050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60~70% 수준을 실적배당형으로 채웠다.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주로 담았다. 세액공제 목적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자금을 매달 꾸준히 납입하는 이들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반면 70대 이상 투자자들은 원리금 보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20대는 우체국 예금 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남성(11.8%)이 여성(9.3%)보다 1년 수익률이 다소 앞서기도 했다. 여성 투자자들이 여전히 예금과 채권 비중을 다소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수익률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 여성 투자자는 IRP를 3개 저축은행에 나눠 투자해 최근 1년간 0.4%의 수익을 거뒀다. 회사 관계자는 “여전히 IRP에 들어 있는 모든 자산을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이나 1년 만기 저축은행 예금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도 상당하다”며 “연금에 대한 관심과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에 연금 계좌를 두고 있더라도 이를 방치할 경우 수익률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에 실망해 뒤늦게 ‘연금 개미’로 변신한 이들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차지한 비중은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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