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배당 기대를 높였던 금융주들이 주주명부 폐쇄를 하지 않아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와 KB금융은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배당 지급이 가능하고, 우리금융지주는 매달 말 기준으로 언제든지 배당이 가능한 구조라 배당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인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중 중간배당을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곳은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뿐이다. 보통 상장사들이 배당할 때는 주주명부를 폐쇄해 배당받는 주주 명단을 확정짓는다. 이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 금융주들이 배당을 안 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을 감안해 지난해 금융주의 배당을 제한했던 금융당국이 올해 배당 제한을 풀면서 시장에선 금융주 배당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그러나 신한지주와 KB금융지주는 정관상 주주명부를 폐쇄하지 않고도 이사회 결의를 통하면 중간배당이 가능하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는 하나금융지주는 물론 신한지주, KB금융의 배당 정보가 올라와 있다. 이들이 향후 중간배당을 할 경우 8월 말쯤 배당이 이뤄질 예정이다.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우리금융지주가 사상 첫 중간배당을 추진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중간배당을 추진하기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했다. 주주명부 폐쇄는 보통 배당을 위한 사전 조치로 여겨진다. 구체적인 중간배당 금액과 시기는 추후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중간배당을 포함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예고해왔다. 올 초에는 쌓아둔 자본준비금(별도재무제표 기준 자본잉여금) 가운데 4조원을 배당에 쓸 수 있는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밑작업도 마쳤다. 우리금융은 이미 정관에서 사업연도 중 1회에 한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중간배당을 실시한 적은 아직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 우리금융의 재무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간배당을 위한 기준일을 결정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강조해온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2018년 21.5%, 2019년 27%로 배당성향을 꾸준히 높여왔지만 지난해에는 순이익의 20%만 배당했다. 코로나19에 대비해 손실 흡수능력을 높이라는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로 이 권고 조치를 종료했다. 다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평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참고하라’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코로나19 직전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본관리 권고와 행정지도가 끝났지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손실흡수능력 강화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올해 중간배당을 시작으로 2019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일단 회복한 뒤 점진적으로 배당을 늘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금융지주의 하반기 중간배당이 예상되는 가운데 2분기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당을 위해선 안정적인 실적이 선제돼야 하는 만큼,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우리금융지주의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6416억원(시장예상치)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88%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KB금융의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도 1조1325억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15.34% 늘고, 하나금융지주도 8290억원으로 20.32%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한지주의 순이익도 1조235억원으로 17.23% 늘어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권의 2분기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더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순이자이익 급증세 외에 2분기 대손비용도 대폭 낮아졌던 1분기 수준에 근접하고, 비이자이익도 매우 선방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실제 은행 전체의 순이익은 예상치인 4조8000억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호실적을 예고하면서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최초로 모두 중간배당을 실시할 지 관심이 쏠린다.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배당성향을 3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 온 하나금융지주도 하반기 중간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15일 주주명부 폐쇄한다고 공시했다. 주주명부 폐쇄 공시는 보통 시장에서 배당을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이베스트증권은 올해 은행권의 배당수익률을 4.7~6.2%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간 배당수익률은 3.5~5.6%였다. 배당수익률은 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이 증권사의 전배승 연구원은 "지난해 배당제한 조치를 감안하면 중간 배당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며 "향후 지속적인 반기(분기) 배당 실시와 배당 성향의 점진적인 확대는 국내 은행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앞서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자본관리 권고를 6월말로 종료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를 감안해 자율 배당으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은행권의 배당을 순이익의 20% 내에서만 실시토록 권고한 바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