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에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인사들이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Fed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5~16일 정례회의에 참석한 당국자 중 다수가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자산 매입 계획 변경을 발표하는 데 있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FOMC는 1년에 관행적으로 8차례 열리며, Fed 당국자 19명(1명 공석) 중 12명이 참석해 통화 정책을 결정한다.

의사록은 “여러 참석자들이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위한 조건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충족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통화 정책 변경을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 기준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Fed는 일정기간 2%를 완만하게 추월하는 물가상승률과 함께 최대고용(실업률 기준 3.5~4.0%)을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확인돼야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의사록은 “다가올 회의들에서 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테이퍼링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테이퍼링을 발표하기에 앞서 충분히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향후 Fed 일정으로는 이달 27~28일의 FOMC 정례회의, 다음달 26~28일 잭슨홀 미팅, 9월 21~22일 FOMC 정례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이 중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상세 일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Fed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작년 6월부터 매달 80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연내 또는 내년 초부터 테이퍼링에 착수하면 매달 100억~150억달러씩 국채·MBS 매입액을 줄여나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00억달러씩 줄이면 12개월, 150억달러씩 감축하면 종료하는 데 8개월이 소요된다.

매입 속도를 높여 매달 200억달러씩 줄이면 6개월만에 끝낼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테이퍼링을 완전히 종료하면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 중 다수가 지난달 열린 FOMC에서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되자 다우 지수가 7일(현지시간) 0.3% 상승 마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 중 다수가 지난달 열린 FOMC에서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되자 다우 지수가 7일(현지시간) 0.3% 상승 마감했다.
이번 의사록에서 주택시장 과열을 이유로 국채보다 MBS 매입을 먼저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의사록은 “다수의 참석자들이 국채보다 MBS 매입을 더 빨리 줄이는 게 낫다고 봤다”면서도 “일부 참석자는 여전히 국채와 MBS 매입 속도를 균형있게 줄이는 것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월가에선 이번 FOMC 의사록이 예상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테이퍼링 개시 시점 등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던 데 주목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이퍼링 착수에 대해선 제한적인 찬성만이 확인됐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Fed의 긴축 정책 착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뉴욕증시는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 지수는 전날 대비 0.30% 오른 34,681.79, S&P 500은 0.34% 뛴 4,358.13, 나스닥은 0.01% 상승한 14,665.06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나스닥과 S&P 500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더 떨어진 연 1.33%로 마감했다. 지난 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