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사이트를 마비시킨 미국 클라우드 업체 패스틀리(Fastly)의 주가가 8일(현지시간) 오히려 급등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패스틀리의 저력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다만 월가에서는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나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8일 패스틀리는 10.85% 오른 56.2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의외의 움직임이다. 이날 패스틀리의 시스템 장애로 인해 백악관 홈페이지는 물론 아마존, 레딧, 뉴욕타임스(NYT),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전세계 주요 홈페이지가 일제히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장 전 시장에서만 해도 패스틀리의 주가는 하락했었다.

패스틀리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제공하는 업체다. 온라인서비스 사용자에게 각종 콘텐츠를 더 빠르게 전송하도록 세계 곳곳에 캐시를 저장해두는 서버를 설치, 가장 가까운 서버에서 콘텐츠를 전송하게 한다. 그러나 이 CDN에 문제가 생기면서 8일 전세계 주요 홈페이지가 1시간 가량 마비됐었다.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패스틀리의 주가가 급등 마감한 건 이번 사태가 패스틀리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에서다. 마비된 사이트가 많았던 건 그만큼 패스틀리의 고객이 많다는 얘기라고 시장은 받아들였다. 이에 더해 패스틀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가 복구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자는 환호했지만 월가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이번 사태가 고객의 환불 요구 등 패스틀리의 실적을 훼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칸타(KANTAR)는 이번 사이트 마비로 기업들이 1시간 당 2900만달러 이상의 온라인 홍보 수입을 잃었다고 추산했다. 패스틀리는 고객과의 계약 상 서비스 장애가 일어난 시간 만큼 환불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 있다.

제임스 피쉬 파이퍼 샌들러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의 환불 요구와 트래픽 점유율 하락 등 잠재적 요소를 감안하면 패스틀리에게 올해는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 45달러와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