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살수도 팔수도 없다"는 월가 큰손, "달러가 관건"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강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는 0.03%, S&P 500지수는 0.19% 상승했고 나스닥은 0.59% 올랐습니다.

최근 경제 지표 둔화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진정됐고, 각국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질 것임을 강조하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걱정도 소폭 사그라졌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주에 비해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이 모자라고 모기지 금리는 오르고 있는 탓입니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이 계속 미국 경기를 떠받칠 수 있을 지 논쟁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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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미 중앙은행(Fed)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자산구매 속도를 줄이는 것(테이퍼링)에 대해 논의 할 그런 시점에 있게될 것이지만 (그 시점은) 데이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데 이어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의 파비오 파네타 이사는 "경제 회복이 초기 단계에 있고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기 때문에 ECB가 자산 매입 속도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독일 국채 10년 금리는 5월11일 이후 처음으로 -0.2%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이날 한 때 연 1.55%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달 중순 1.70%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상당 폭 낮아진 겁니다. △지난 4월 이후 지속된 외국인 수요 △많았던 공매도 물량의 숏스퀴즈(공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되사는 것) △지표에서 드러나는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 △약간 수그러든 인플레이션 우려 △Fed가 정책을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믿음 등이 합쳐진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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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61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국채 입찰에 대규모 매수세가 몰린데 이어 이날 610억 달러 규모의 5년물 입찰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응찰률이 2.49배에 달했습니다. 과거 여섯 차례 입찰 평균인 2.34배보다 훨씬 높습니다. 사흘 연속 600억 달러대의 대규모 국채가 쏟아지지만 27일 입찰에서도 7년물 국채(620억 달러 규모)가 잘 소화될 것이란 관측이 다수입니다.

이에 뉴욕 증시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1시께 S&P 500 지수가 또 다시 4200을 넘어 4202.61에 달하자 매수세는 잠잠해지고 차익실현 매물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약보합세로 마감된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살수도 팔수도 없다"는 월가 큰손, "달러가 관건"

JP모간의 가브리엘라 산토스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이번 상승장은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재택 수혜주가 주도했고 작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는 경제 재개 관련주가 이끌었다. 그리고 4월초부터는 박스권(consolidation)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회복을 넘어 앞으로의 경기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 이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식이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경제 성장이 정점에 도달한 뒤 천천히 완만해지는 걸 보게될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주식에 대해 건설적인 이유다. 이제는 실제 업종, 기업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앞으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한 투자자 A씨에게 현 상황을 물어봤습니다.

그는 우선 "뉴욕 증시가 수십년간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3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오른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올해 들어오면서 대부분 펀드들이 연 6~7% 수익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이미 1분기에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살수도 팔수도 없다"는 월가 큰손, "달러가 관건"

S&P 500 지수의 연간 수익률은 2018년 -6.2%를 기록한 뒤 2019년 28.9%로 치솟았습니다. 작년에도 16.3% 올랐습니다. 그리고 올 들어 26일까지는 11% 가량 올랐습니다. 두 자릿수 대 초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형국입니다.

A씨는 "그렇지만 지금 주식을 팔아 포지션을 줄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는 개선되고 있고 기업 이익은 증가하고 있으며, Fed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작년 말부터 지수가 10% 이상 조정을 받을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여기에 대비해 주식 포지션을 줄였던 펀드들, 그리고 S&P 500 지수가 4000을 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갖혔던 지난 2~3월 주식을 판 펀드들은 모두 수익률에서 뒤처지고 있다. 지수는 올 들어 한 번도 5%도 조정받지 않았다. 엄청난 돈의 힘이다. 그리고 4월 들어선 S&P 500 지수는 순식간에 4200까지 내달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과거 테이퍼링 등 긴축을 할 때 보면 Fed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진해왔다. 특히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2018년 말 증시가 폭락하자 2019년 인상하던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정도로 시장을 신경쓴다. 이런 상황에서는 증시가 급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Fed가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지금은 자산 버블이라고 본다. 버블만 생기지 않는다면 Fed는 계속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우리도 Fed처럼 시장 상황을 보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다운사이드도 업사이드도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10% 올라도, 10% 내려도 그리 이상한 상황이 아니다. 이럴 때 미리 예견하고 포지션을 조정했다가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 실수를 저지르기보다는 가만히 지켜보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그는 기술주에 대해서도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은 기술주로 돈을 많이 벌었다. 저성장 시대의 성장주 프리미엄을 줬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기술주가 조정을 받았지만 수익도 많이 내고 성장성도 높은 이들 기술주를 많이 줄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주식을 팔아 그 돈으로 대신 살만한 것도 없다. 채권 가격은 꾸준히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대체투자는 많은 돈을 넣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Fed의 테이퍼링이 금리를 높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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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전략가는 "테이퍼링 논의에도 금리가 내려가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테이퍼링 때도 실제 테이퍼링을 시작하면 금리가 하락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은 상황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존스 전략가는 "이번에는 재정 지원이 훨씬 더 많고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참을성을 보이고 있으며 실질금리도 매우 낮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가 오르는 데에는 테이퍼링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졸탄 포자르 전략가는 "Fed가 테이퍼링을 하더라도 '웰스파고 옵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Fed는 지난 2019년 유령계좌 수백만 개를 만든 웰스파고에 대해 자산 규모를 2017년 12월 기준으로 동결시키는 제재를 내렸습니다. 이 제재에 따라 웰스파고에서 갖고만 있는 돈이 5000억 달러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이퍼링 시점에 이를 풀어주면 웰스파고가 Fed 대신 국채를 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포자르는 뉴욕연방은행에서 직접 공개시장조작을 하던 사람으로 월가에선 유명한 인물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살수도 팔수도 없다"는 월가 큰손, "달러가 관건"

그렇다면 주식을 매수할 때일까요? A씨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A씨는 "주식을 사기도 어렵다. 기술주는 많이 팔지는 않지만 밸류에이션이 높아 더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 가치주, 경기민감주는 작년 말에는 싼 편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올라서 거의 밸류에이션이 기술주에 근접한다. 주가가 다 적당한 수준이고 시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사는 곳은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애매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다시 게임스톱, AMC 등 소위 밈(meme) 주식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날 게임스톱은 15.88% 급등했고 AMC는 18.76%나 올랐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니 주식평론가는 "암호화폐가 폭락하자 그쪽에 몰렸던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왔을 수도 있다"며 "이런 잡주들이 급등하는 건 전체 시장이 부정적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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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최근 시장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지켜보고 있는 건 달러화입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지난 25일 89선까지 내려왔다가 이날은 90.07로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의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자 지난 3월 말부터 하락하는 분위기입니다. 지지선인 89가 깨질 경우 하락세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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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그동안 미국 경제만 좋을 것이란 예상 속에 달러가 예상외로 강세를 이어왔는데 이제 유럽이 개선될 것이고 시간문제지만 개도국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달러가 여기서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면 자산 배분을 완전히 바꿔야할 수 있다. 미국 주식을 줄이고 유럽 등 글로벌 주식 편입을 늘려야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좋아지면 그동안 미국에 비해 덜 올랐던 세계 증시의 수익률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씨는 "이런 게 원래 작년 말 월가의 시나리오였는데,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계속적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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