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당국의 긴축 시점이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외 금융투자업계는 미 중앙은행(Fed)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테이퍼링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테이퍼링이 실행됐던 2014년과 비교하면 현재는 그 직전 해인 2013년 하반기와 비슷한 테이퍼링 준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5월 Fed가 첫 테이퍼링 시그널을 내놓은 직후 한 달간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지만 이후 연말까지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로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이 동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와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마진 하락 압력을 잘 견뎌낼 업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美 테이퍼링 발표 임박…충격 피해갈 종목은

“7월 테이퍼링 공식 발표 가능성”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시장 전문가들은 Fed가 이르면 오는 7월께 공식적으로 테이퍼링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자산 매입 규모 축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일부 Fed 위원이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씨티그룹은 “7월 공식 발표 후 내년 초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도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고 있어 테이퍼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모건스탠리 등 일부에선 “다음달 발표되는 고용 등 경제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면 테이퍼링이 Fed 내 주류 의견으로 떠올라 통화정책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가에서도 다음달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논의가 있은 뒤 8월 잭슨홀 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실행 가능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연말인 12월 FOMC 회의에서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2013년엔 일시 충격 후 주가 상승”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UBS는 “최근 물가 상승은 에너지 가격 강세 등에 기인하는 나쁜 인플레이션”이라며 “신흥국 주가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확대가 달러화 강세를 유발해 신흥국 자금 유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모건스탠리도 “대만 등 금리 민감도가 높은 기술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으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소비 둔화로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져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과거를 돌아보면 테이퍼링이 실행된 2014년보다 직전 해인 2013년에 충격이 컸다. 2013년 5월 Fed가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뒤 한국 증시에선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후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3년 하반기에는 성장주인 소프트웨어와 경기민감주인 조선 업종의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소프트웨어 주가는 42%, 조선업은 30% 뛰었다. 반면 2014년 테이퍼링이 실행되자 코스피지수는 횡보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 개선폭 큰 업종 주목

전문가들은 현재를 2013년 하반기와 같은 테이퍼링 준비기로 본다면 매출보다 영업이익률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가와 금리 상승기에 마진 하락 압력을 잘 견뎌낼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3년 당시 매출이 늘어나면서도 높은 이익률을 유지한 업종은 소프트웨어였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경기 개선으로 대부분 업종의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요 업종 가운데 미디어·교육과 호텔·레저, IT하드웨어 업종이 과거 10년간 매출 증가 시기에 평균적으로 영업이익 개선폭이 큰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미디어·교육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5.0%에서 하반기 9.8%로 4.8%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레저 업종은 같은 기간 11.4%포인트, IT하드웨어 업종은 1.7%포인트 증가 전망을 보이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