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란의 경제한끼'는 내 자산을 지키는 든든한 한 끼 같은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한국경제 유튜브 채널에서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조선업황 호조가 단기에 그칠 것인지, 본격적인 ‘랠리’에 진입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급증한 선박 발주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13일 유튜브채널 한국경제의 ‘허란의 경제한끼’에 출연해 “조선업황은 랠리의 초입”이라며 “지금까지는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증했지만 하반기에는 LNG선 발주가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은 전방산업인 해운업황에 좌우된다. 해운사는 운임상승으로 이익이 증가하면 보통 6개월~1년간은 이익을 쌓는데 집중한 뒤 발주를 하기 때문에 해운업과 조선업의 호황기에는 1년에서 1년6개월의 시간차가 있다.
엄 연구위원은 “‘바이어’인 해운사들의 운임이 높아진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라 ‘셀러’인 조선사들이 내년까지 수주를 받는데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사의 운임 하락은 선박 공급이 급증하는 ‘공급쇼크’로 오기 마련인데, 올해 발주를 시작한 배들은 2023년부터 인도될 예정이라 한동안 화물보다는 배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번 조선업황 랠리는 2004년부터 시작된 브릭스(BRICS•신흥경제 5개국)의 슈퍼사이클과 비교된다. 2006~2007년 조선산업은 오일쇼크 이후 30년만의 호황기를 누렸다. 엄 연구위원은 “당시엔 중국의 철강산업이 부상하면서 슈퍼사이클을 주도했는데 이번엔 그런 새로운 사업 없이 랠리가 왔다”며 “미국 인프라투자 확대가 향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랠리는 슈퍼사이클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강도를 나타낼 전망이다. 엄 연구위원은 “2019년 환경규제 강화와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 발주가 지연되면서 3년 마다 반복되는 소사이클이 두 번 겹치게 됐다”며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2007년 고점 대비 선박 건조역량이 40% 감소했기 때문에 예전만큼 발주가 없이도 조선업이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환경규제가 또 강화되면서 선박들이 오염물질을 감소하기 위해 속도를 낮추는 ‘저속운항’을 지속하고 있다”며 “결국 선박이 부족한 문제는 발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KSS해운과 1830억원 규모의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13일 체결했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2023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된다. LPG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해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스크러버 없이도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이 가능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PG선 58척 중 60%인 34척을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부문(해양플랜트 제외)에서 지금까지 101척, 80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49억달러의 54%를 달성했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원자재 가격 급등, 통화 공급 증가, 정부 지출 급증으로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으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0년대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떠들썩한 시기였다. 1970년대 중반 경제위축을 야기한 유가 급등, 깊은 불황, 높은 인플레이션이 있었다.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만한 높은 인플레이션의 기억이다.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간의 차이인 아웃풋갭(Output Gap)이 크게 벌어졌다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아웃풋갭이 플러스인 경우 역량 이상의 성장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마이너스라면 성장폭이 기대 수준을 하회했단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아웃풋갭은 아직 완전히 좁혀지지는 않고 있지만, 더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계속 진행되면서 올해 말 격차가 해소되고 2022년에는 물가상승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적자예산 확대가 반드시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최근 몇년 동안 공공부채 수준과 인플레이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200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그 기간동안 인플레이션은 2%가 채 안됐다. 인플레이션은 정책적 선택이다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1년 금과 달러의 교환 중단을 선언하며(금본위제 폐지) 브레튼우즈 체제를 사실상 해체했고 달러가 자유롭게 변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후 몇년 동안 달러가치가 15% 정도 떨어지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정부지출 확대도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에 6%로 운영됐다.설상가상으로 1973년 중동에서 고조된 긴장이 석유 금수 조치로 이어져 유가가 오르고 경제가 침체됐다.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은 1974년과 1979년 두 자릿수 수준에 도달했지만, 10년 동안 평균 7.1%였다. 이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두드러진 시기다. 당시 닉슨 전 대통령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을 우려해 중앙은행에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1979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폴 볼커를 새 의장으로 임명한 뒤에야 중앙은행은 경제 타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억제조치를 취했다.다른 시대, 같은 선택할까? 오늘날과 비슷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완화된 통화정책과 늘어나는 정부 지출은 공급망 붕괴 속에서 강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코로나19 구제금융과 경제 재개가 소비 지출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도록 아무런 대응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웃풋갭이 여전히 크긴 하지만,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걱정은 당연하지만, 오늘날과 1970년대 시대상 사이에는 인플레이션이 그 당시 높은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란 점을 암시하는 중요한 차이점들이 있다. 우선 인구통계가 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오늘날 주력 소비층으로 접어든 것은 밀레니얼세대다. 최근까지 밀레니얼세대로부터 예상되는 소비량은 재정 위기와 코로나19 위기의 이중고에 의해 약화돼왔다.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1970년대에 강타한 쓰나미만큼 크지는 않다.또 노동시장 구조도 달라졌다. 1970년대에는 강한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토대로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날은 노동시장의 단결력이 약해졌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소득분배 하위권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아 공급에 비해 총수요를 제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여, 중앙은행과 맞서지 말자.1970년대 나타났던 인플레이션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향후 몇년간 물가가 상승할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채권 수익률은 급격히 상승했지만 실질(인플레이션 조정)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상승시키는 데 성공하면 장기 채권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단기 금리가 가까운 장래에 0에 가깝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금도 좋은 대안이 아니다금리 상승의 위험을 완화하려면 포트폴리오에 있는 채권의 평균 기간을 낮게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종합채권지수와 같은 광범위한 지수와 일치하는 평균 기간을 목표로 하면 이를 적당히 줄일 수 있다. 회사채 또는 지방채 등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분산할 필요도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에서 2.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상의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다.정리=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올 들어 주가가 치솟은 HMM(옛 현대상선)에 대해 “호황이 장기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올린 <HMM 주식열풍과 신조발주, 잘 나갈 때 조심!>이란 제목의 글에서 “HMM이나 정부가 현재의 호실적에 취해 무분별하게 선복량을 늘리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해수부 장관직을 맡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총괄했다. 해운재건 계획에 따라 정부는 2018년부터 HMM의 20척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지원했다. 김 전 장관은 “어제 모 경제지에서 최근 상위 1% 고수익 투자자들이 HMM 주식을 가장 많이 매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HMM이)작년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과거 10년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던 기업으로서는 획기적인 실적 개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HMM 실적에 대해 김 전 장관은 “1분기 9300억원, 연간 최소 3조원의 영업흑자를 예상한다”며 “누적 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는 경이적인 흑자”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3년 전 해운재건 계획 수립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논의 과정을 소개했다. 김 전 장관은 “해운재건 계획이 확정됐음에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는 이유로 여전히 자금 지원을 주저하던 산업은행 간부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산업은행은 이제 대출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고 내달이면 만기가 도래하는 3000억 어치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8배 정도의 기대수익이 예상된다”고 했다.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 대해선 “끝내 해양수산부의 설득과 요청을 받아들여준 이 회장의 결단은 빛나는 것이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해운업 호황에 따른 HMM의 수혜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진 않았다. 그는 “해외의 시장분석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 신조발주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10년래 최대의 발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잘 나갈 때 불황기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곧 도래할 치킨게임에 대비해 한국 선사들은 고비용 임차 용선과 노후 자사선들을 교체하는 투자에 국한해야 한다”며 “주식투자자들도 이런 점에 유의해서 해운기업 관련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