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시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겠다고 밝혔다. 관광을 활성화하면서도 지역 내 보건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뉴욕시의 관광 수입은 한 해 600억달러(약 67조3300억원)에 달한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뉴욕 내 주요 관광지에 이동식 백신 접종소를 설치한 뒤 관광객에게 접종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든 관광 명소는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센트럴파크, 브루클린 브리지 등이다.

관광객에게는 1회 접종으로 끝나는 존슨앤드존슨(J&J) 얀센 백신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3~4주의 시차를 두고 두 번 접종할 필요가 없어서다. 다만 접종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접종 여부를 추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더블라지오 시장은 설명했다.

뉴욕시가 관광객 등 외부인에게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선 광역 지방자치단체인 뉴욕주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뉴욕주는 현재 주 거주·근무자, 유학생 등에 한해서만 접종하고 있다. 뉴욕주의 백신 소진율은 이날 기준 83%로 남아도는 물량이 적지 않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주 승인이 떨어지면 즉각 시작할 수 있다”며 “관광객에게 뉴욕시가 보호해준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전체 성인 중 백신을 최소 한 차례 맞은 사람은 57%에 이른다. 뉴욕시만 놓고 보면 전체 평균과 비슷한 55%(접종자 360만 명)로 집계됐다. 다음달 말까지 총 500만 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는 게 더블라지오 시장의 목표다.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뉴욕의 정상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9월 14일부터는 브로드웨이 공연을 100%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다음날이던 작년 3월 12일 모든 공연을 중단시킨 지 1년6개월 만의 정상화다.

뉴욕에선 현재 정원의 33%만 채운 상태에서 공연할 수 있지만 대다수 극장은 수지가 맞지 않아 공연 재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예산이 적게 소요되는 일부 코미디 공연만 시작했을 뿐이다. 쿠오모 주지사의 재개 선언에 따라 총 41개에 달하는 브로드웨이 공연장은 4개월여 뒤부터 완전 정상화가 가능해지게 됐다.

쿠오모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바로 오늘부터 공연 예약을 잡을 수 있다”면서 “뉴욕 정체성을 보여주는 무대의 막이 다시 올라간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된다”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안에 약 30개의 뮤지컬이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 브로드웨이 극장을 찾은 관객은 모두 1460만 명이었다. 입장권 판매액은 18억달러였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