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영국에서는 지폐가 주요 지불 수단에서 밀려났다. 스웨덴의 일부 은행 지점에서는 지폐를 받지 않는다. 201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개수는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를 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디지털 화폐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화폐가 민간 부문에서 쓰이는 돈의 형태라는 점이다. 만약 은행 계좌에 숫자로 표시된 돈을 갖고 있다면, 그 돈은 은행이 책임지는 것이지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중요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화폐 발행을 고민하고 있다. UBS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자료=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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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는 어떻게 작동하나=경제적인 측면에서 CBDC는 지폐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누구나 보유할 수 있고,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종이 화폐와 다른 점은 단지 디지털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CBDC를 쉽게 설명하자면 일반 시민들이 중앙은행 계좌를 갖게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효과는 동일하다.

CBDC는 암호화폐(가상화폐)인가=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CBDC는 유통중인 지폐 및 동전과 교환이 가능하다. 세금도 납부할 수 있다. 반면 암호화폐에는 그런 특징이 없다. CBDC는 암호화폐와 달리 변동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CBDC로 인해 은행 예금이 중앙은행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 이는 경제에 대한 신용 공여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예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CBDC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CBDC 양에 제한을 두거나 CBDC 예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

중앙은행이 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지 않을까=CBDC는 민간 부문 발행 통화의 역할을 줄여 중앙은행 발행 통화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의 역할도 줄이지만 암호화폐 같은 대안 통화의 역할도 줄인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는 화폐의 중요성이 컸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CBDC가 소비 촉진 수단으로 쓰일 수 있을까=이론적으로 중앙은행은 CBDC를 통해 수요 자극할 수 있다. 예컨대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수 있고, 심지어 계좌에 있는 돈을 일정 기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없애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 문제는 CBDC가 현금이나 개인 디지털 화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소비를 유도하는 중앙은행의 의도를 손쉽게 피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CBDC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비생산적인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CBDC를 통해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 목표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검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CBDC가 불평등을 증가시킬까=CBDC의 단점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이를 보유할 수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가정의 5% 이상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민간 부문의 디지털 화폐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인구의 10% 미만이 현금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노년층이거나 시골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세심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CBDC는 경제의 '디지털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

▷탈세가 줄어들까=지폐를 사용하면 정부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쉽다. 반면 디지털 통화는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의 경우 탈세를 줄이기 위해 민간 부문의 디지털 화폐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CBDC가 현금을 대신하면 탈세를 줄일 수 있다.

▷정부가 '빅브라더'가 되는 것은 아닐까=정부는 시민들의 활동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수 있다. CBDC가 널리 사용되면 이론적으로 정부는 사람들의 지불을 감시함으로써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은행들은 민간 부문의 디지털 화폐를 통해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경우 지불 정보를 확인하고 거래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정부가 '빅브라더'가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CBDC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지폐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CBDC는 국가마다 특성을 갖게 될 것이며 디자인과 기술도 제각각일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영향은 본격적인 도입이 이뤄질 때 사례별로 평가돼야 한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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