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미국 국채 입찰이 9일(현지시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입찰 결과가 부진할 경우 국채 수익률이 또 뛰면서 주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대규모 물량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모두 소화됐다.

미 국채가 하향 안정세를 보였고 나스닥 등 주요 증시는 반등했다.

이번주 총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 입찰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첫 번째 3년 만기 국채 580억달러어치가 이날 진행됐다. 경쟁 입찰 결과 발행 금리는 평균 연 0.355%로 비교적 낮게 형성됐다.

응찰률은 2.69배로, 지난달(2.39배)은 물론 과거 평균치(2.40배)보다 높았다. 기관투자가들이 국채를 사려고 경쟁적으로 입찰에 응했다는 의미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익률은 낮아진다. 최근 국채 금리 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미 국채에 투자하려는 기관들이 다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미 옥션 이코노믹스는 “3년 만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전체 시장에 안도감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향후 예정된 다른 만기의 국채 입찰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엔 10년 만기 380억달러어치, 11일에는 30년 만기 240억달러어치가 각각 입찰된다. 모두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에 진행된다.

이날 미 채권 시장에서 국채 장기물 금리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10년 만기 수익률은 연 1.55%로, 전날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5년 만기는 연 0.83%(전날 대비 -0.03%포인트), 7년 만기는 연 1.23%(-0.05%포인트), 20년 만기는 연 2.16%(-0.04%포인트), 30년 만기는 연 2.26%(-0.05%포인트)로 각각 마감했다.
최근 급등세를 탔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9일(현지시간) 하락 반전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최근 급등세를 탔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9일(현지시간) 하락 반전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다만 1개월~1년짜리 단기물 금리는 전날 대비 변동이 없거나 소폭 반등했다. 특히 6개월 및 1년물 수익률은 각각 0.01%포인트 상승했다. 미 국채 1년 만기 수익률은 연 0.10%로 마감했다.

지난달 25일엔 7년 만기 국채(620억달러)의 입찰 결과 수요 부진이 확인되면서 금리가 급등했다. 당일 기관들이 국채 매입을 꺼리자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률이 급등했다. 이 때문에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이번주 입찰을 앞두고 펴낸 투자 보고서에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중앙은행(Fed) 의장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할 의사를 내비친 뒤 국채 금리가 뛰고 주가가 급락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기우에 그친 셈이 됐다.

뉴욕증시는 미 국채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오랜만에 축포를 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하룻동안 3.69% 급등한 13,073.83으로 마감했다.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을 뜻하는 조정장 진입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작년 11월 이후 4개월 만의 하루 최대 상승폭이기도 하다.

애플(4.1%), 페이스북(4.1%), 아마존(3.8%) 등이 4%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테슬라 주가는 무려 19.6% 폭등했다.

다만 이런 장세가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자산운용사인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이날 기술주 상승이 재도약의 시작점인지 아니면 일시적 반등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