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첨단제품 필수 소재인 희토류를 놓고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 희토류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 올 상반기 공급량을 역대 최대로 늘리기로 했다.

21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상반기의 희토류 채굴·제련 쿼터를 지난해보다 27.6%씩 늘어난 8만4000t과 8만1000t으로 결정했다. 역대 가장 많은 규모로, 중국 전문가들은 수요 증가 속에서 나온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채굴 쿼터는 중국북방희토그룹(4만4130t), 중국남방희토그룹(1만9650t) 등 6개 기업에 배분된다. 중국은 6개월마다 희토류 쿼터를 정하며, 지난해에는 상반기 6만6000t, 하반기 7만4000t 등 연간 14만t을 배정했다. 2019년 대비 6.1% 늘어나 연간 기준 최대였다.

차이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최근 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특정 물품이나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법인 수출통제법을 제정하고 12월부터 시행했다. 또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15일 희토류 총량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희토류 관리조례'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나 기업에 희토류 정제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관리들은 희토류 자체보다 희토류 원재료를 정제하는 기술을 더 강력한 국익 보호 무기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F-35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의 첨단무기 생산에 타격을 주기 위해 핵심 소재인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희토류 등에 대한 대중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희토류와 반도체, 배터리 등의 해외 의존도를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희토류는 원소 주기율표에서 57번(란타넘)부터 71번(류테튬)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 등을 더한 17종의 희귀한 광물을 말한다. 열 전도율이 높고 주위 환경 변화에도 성질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갖춰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두루 활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은 약 1억2000t이며 이 중 4400만t이 중국에 있다. 브라질과 베트남도 각각 2200만t씩을 보유하고 있다. 채굴과 가공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을 대량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선진국은 대부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