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대규모 엑시트(투자회수)를 본격화한 것은 약 2년 전부터다. 2019년 9월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CVC캐피털이 숙박 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던 위드이노베이션을 약 4000억원에 사들인 게 신호탄이 됐다.

곧바로 10월에 인공지능(AI) 기반 머신러닝 스타트업인 수아랩이 머신비전 분야 글로벌 제조업체인 미국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매각되며 플랫폼 기업이 아닌, 순수 기술기반 기업으로선 최초의 대형 M&A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이어 12월엔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7500억원에 매각되며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라는 역사를 썼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해엔 불확실성이 확대돼 스타트업들의 M&A가 주춤했지만 하이퍼커넥트가 연초부터 매각에 성공하며 불씨를 살렸다.

해외 M&A를 통한 엑시트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벤처업계의 키워드도 ‘글로벌 확장성’에 맞춰지고 있다. 엑시트를 꿈꾸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급 기업들은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투자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제2의 배민, 제2의 하이퍼커넥트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