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식 공매도' 도입

시가총액 크고 유동성 많은 종목부터 재개…충격 최소화
개인에도 공매도 기회 확대…첫 투자자는 3000만원 한도
개인투자자 단체 "선거용 반쪽대책…금지 투쟁 계속할 것"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스피200·코스닥150지수에 속한 350개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5월 3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스피200·코스닥150지수에 속한 350개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5월 3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올초부터 주식시장 최대 화두로 꼽혀온 공매도에 대해 ‘부분적 재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해서는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되 중·대형주는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모델을 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대 여론에도 5월 3일 대형주 공매도 재개를 못 박았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타협안’이란 평가다. 그 명분으로 내건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였다.
“공매도 논란 종지부 찍길”
공매도 종목 대부분 코스피200…개미 반대에도 사실상 '전면 재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 및 부분 재개 조치안을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의 해소’를 수차례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등 여러 지적과 논란이 제기된 것에 대해 금융위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결정을 서두른 만큼 이것으로 공매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과 정치권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설 연휴 이후에나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날 전격적으로 임시회의를 열어 공매도 안건을 의결했다. ‘공매도 논란을 더 이상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정부와 여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주부터 재개
금융위는 오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지수 및 코스닥150지수에 속한 350개 중·대형주의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두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가운데 시장 대표성, 유동성, 업종 대표성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상위군에 속하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선정해 지수화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코스피200)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코스닥150)를 포함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들로 구성됐다. 코스피200지수의 경우 종목 수 비중은 22%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88%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액에서 코스피200 구성 종목 비중은 94.4%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5월 3일부터는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두 차례 공매도 가능 종목 바뀔 듯
이런 공매도 방식은 홍콩에서의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와 비슷한 점이 있다. 홍콩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지만 1994년부터 공매도를 점차 허용하는 과정에서 가능 종목 지정제도를 시행해왔다. 2019년 10월 기준 전체 1900여 개 종목 중 37% 수준인 710개 종목과 펀드 230개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200지수 및 코스닥150지수는 매년 반기(6월·12월)마다 자동으로 구성 종목이 재선정된다는 점에서 홍콩식 제도와는 다소 다르다. 거래소는 11개 산업군별로 4월·10월 말 시가총액 기준으로 구성 종목을 선정한 뒤 2주간 공시 후 변경된 종목에 따라 지수를 운영해오고 있다.

금융위는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 공매도 투자 기회를 대폭 넓혀주기로 했다. 우선 개인들도 안정적으로 공매도할 주식을 차입할 수 있도록 한국증권금융이 결제 위험을 부담하는 개인 대주제도를 확대 개편한다. 현재 2조~3조원가량의 대주 물량을 확보한 만큼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코스닥150을 구성하는 대부분 종목에서 개인 공매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공매도가 이론상 손실률이 무한대인 ‘고위험 투자’인 만큼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사전교육과 모의투자를 의무화했다. 초기 투자 한도는 3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최근 2년 내 공매도 횟수가 5회를 넘고 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이면 투자 한도를 7000만원으로 상향 적용한다. 공매도 투자 경험이 2년 이상이거나 개인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차입 한도를 두지 않기로 했다.

개인들은 공매도 재개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 방침에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선거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대정부 투쟁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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