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반(反)공매도 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된 셀트리온에이치엘비가 하루 만에 조정을 받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개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떨어졌다. 국내에서는 미국 게임스톱 같은 극적인 주가 상승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셀트리온이 '한국판 게임스톱'?…공매도 비중 6.2% 불과
셀트리온은 2일 4.18% 떨어진 35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14.51% 올랐다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7.22% 상승했던 에이치엘비도 1.76% 하락했다. 개인투자자가 반공매도 운동의 대상으로 지목한 종목의 상승세가 하루 만에 꺾인 것이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개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이어진 게 주가 조정의 주요 원인이었다. 개인은 셀트리온을 전날 4390억원어치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199억원어치 내던졌다. 에이치엘비에 대한 개인 순매도 역시 전날 544억원, 이날 111억원으로 이틀 동안 이어졌다. 외국인이 이들 종목을 쇼트커버링하기 위해 이틀 동안 장내 매수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한투연을 중심으로 한 반공매도 운동이 국내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운동에 동조해 사들이는 사람이 있어도, 정작 주가가 오르면 개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종목당 공매도 잔액이 미국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똘똘 뭉쳐 매수하더라도 극적인 주가 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이나 기관이 주가 상승을 견디지 못해 공매도를 청산하는 ‘쇼트스퀴즈’를 해야 미국의 게임스톱 같은 극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중목의 공매도 잔액은 쇼트스퀴즈를 일으키기엔 너무 작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쇼트스퀴즈를 유발할 정도의 투기적 공매도는 많이 줄었다”며 “이 기간 국내 증시의 공매도 잔액 비중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잔액도 대부분 시장조성자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잔액이 많은 종목도 유통주식 수 대비 비율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의 유통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액 비중은 6.2%에 불과하다.

반공매도 운동은 다른 종목으로도 번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대표적이다. 이 종목의 공매도 잔액 비중은 시가총액 대비 5%로 유가증권시장 2위다.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은 이 종목을 매수하자는 ‘두인스톱’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다수의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는 9주, 99주, 999주 단위로 이 종목을 매수해 두인스톱 운동에 동참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그러나 이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0.68%에 불과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