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 지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JP모간은 바이든의 정책 이니셔티브로 인해 미국 경제의 회복이 빨라지고 달러화 약세, 에너지주 하락세 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일 취임 첫날 코로나 대응, 파리협약 재가입 등 17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바이 아메리칸'(미국제품 우선 구매), 인종 평등, 기후변화, 건강보험, 이민 등을 주제로 한 행정명령들에 서명할 계획이다. CNN은 “취임 첫날 17개 행정명령 서명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것”이라며 “바이든이 임기 첫 100일간 29개에 서명한 트럼프의 기록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JP모간은 줄줄이 나오는 바이든의 행정명령 가운데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것들을 골라냈다.


JP모간은 가장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정책으로는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재정 부양책을 꼽았다. 바이든이 제안한 부양책에는 △1인당 1400달러의 추가 부양책 수표(12월 말 600달러를 더하면 2000달러)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를 주 400달러로 인상하고 9월말까지 혜택을 연장 △연방정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 △9월 말까지 퇴거 및 압류 유예 연장 △주·지방 정부에 3500억 달러 지원 △공립학교 1700억 달러 지원 △코로나 테스트· 백신 보급에 700억 달러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JP모간은 의회 논의 과정에서 최종 액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어떤 액수든 부양책 통과는 경제 성장 및 기업 이익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JP모간은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면 금융, 산업, 소재 등 경기순환주 뿐 아니라 소형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다만 미국의 경제 성장과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경우 미 중앙은행(Fed)은 월 1200억 달러 규모인 자산매입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이다. 이는 금리를 높이고, 채권 수익률곡선도 가팔라질 수 있다. 이는 뉴욕 증시의 경기민감주엔 긍정적이지만, 장기 채권 가격에는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무역 등 대외 정책도 바꾸고 규제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JP모간은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강경하지만 보다 예측가능한 접근을 할 것이며,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이는 달러 약세로 이어져 (미국 외) 해외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산업, 에너지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수 있다. JP모간은 "기술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은 초당적 공감대가 있지만 (민주 공화 양당간 일부 이견으로)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며 "기술주에는 장기적인 차원의 역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팬데믹이 사라진 이후 미국 경제가 예상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하고 휴유증을 겪게 되면 성장주는 다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관련 규제는 상대적으로 빨리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에너지주의 수익률 전망에 부정적 요인이지만, 이미 에너지 산업은 넘치는 원유 공급 및 유가 하락이라는 구조적 난제에 부딪쳐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바이든 행정부가 첫 100일이 지난 뒤 대규모 경제 회복 패키지를 제안할 것으로 봤다. 여기엔 인프라 지출과 청정에너지 투자뿐 아니라 일부 낮은 수준의 세제 개혁(증세)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상원에서의 미미한 민주당의 우세, 민주당 내의 상당한 수의 온건파, 정치적 양극화 등을 감안하면 세율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