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던 증시에 제동이 걸렸다. 기관이 연일 대규모로 주식을 내다 판 영향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함에 따라 차익 실현에 나선 기관이 많았다. 또 주가 상승으로 펀드 내 주식 비중이 너무 높아져 이를 축소해야 하는 기계적 매매까지 더해졌다. 개인들이 나오는 매물을 소화해주기 때문에 기관들이 차익을 실현하기 좋은 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12일 0.71% 내린 3125.95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3047.56까지 지수가 밀리면서 낙폭이 100포인트 넘게 커지기도 했다. 전날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매수에 나섰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이날도 2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개인들의 매수세를 매도 기회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기관은 이날만 약 1조7000억원, 이틀간 5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김제동 군인공제회 부이사장은 “목표 수익률을 정해놓은 기관들은 지수가 급등하면 기존 자산 배분 비율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맞추는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을 50%로 잡았는데 주가가 급등해 그 비중이 60%가 되면 주식을 팔아 비중을 맞춘다는 얘기다. 연기금과 기관들은 분기 혹은 연 단위로 수익률과 주식 보유 비중에 맞춰 거래한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비중은 16.8%, 목표 수익률은 5.2% 정도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기관은 주식 매도를 통해 올해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곳도 있다”고 했다. 한 자문사는 자산 1700억원 가운데 10일 하루에 500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팔기도 했다.

주가 급등으로 공모펀드, 변액보험 등에서 환매 요구가 쏟아지는 것도 기관들이 매도하는 이유다. 송태우 한화자산운용 액티브주식사업본부장은 “공모펀드에서 계속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펀드들도 수익률이 높아지자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변액보험도 이 같은 이유로 환매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보험사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개인이 버티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도 세력이 된 개인과 매도에 나선 기관의 힘겨루기가 연초 증시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