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그룹의 벤처캐피털(VC)인 KTB네트워크가 미국과 중국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해 7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배달의민족과 토스 투자로 입증된 KTB의 ‘벤처투자 선구안’이 해외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배민·토스로 대박 낸 KTB네트워크…해외서도 7배 수익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는 2018년 5월 미국 바이오 장비업체 버클리라이츠에 522만달러(약 57억원)를 투자했다. 버클리라이츠는 생물의 세포에서 질병 치료에 필요한 바이러스나 항체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2011년 설립됐고 지난해 7월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나스닥 상장 후 버클리라이츠는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작년 말 기준 KTB네트워크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4472만달러로 투자 원금 대비 756.7%(멀티플 기준 8.6배) 급증했다.

KTB네트워크는 2019년 9월 471만달러를 투자한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모터스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샤오펑은 작년 8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니오, 리오토 등과 함께 ‘중국 전기차 3대장’으로 각광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작년 말 KTB네트워크의 샤오펑 주식 평가액은 2781만달러, 수익률은 490.4%(5.9배)를 기록했다. 이로써 KTB네트워크 펀드는 두 회사 투자에서만 630%(7.3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해외 벤처기업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국내 VC 중에서도 선도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 1조1645억원 중 해외 투자 자산만 3000억원이 넘는다.

KTB의 해외 벤처투자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시장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을 비롯해 인도의 온라인 식료품 업체 그로퍼스, 중국 바이오기업 카스젠, 대만 모바일방송 업체 17라이브 등에도 투자했다.

증권가에서는 KTB네트워크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모회사 KTB투자증권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KTB네트워크의 토스, 버클리라이츠, 샤오펑 등에 대한 지분 회수·평가이익은 작년 4분기 KTB증권의 연결 기준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