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지표로 꼽히는 구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약 8년 만에 t당 8000달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구리 가격은 t당 7918.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에 20%가량 뛰었다. 구리는 다양한 산업에서 두루 쓰이는 금속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구리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구리를 ‘닥터 코퍼(Dr.Copper)’라고 부르며 구리 가격을 통해 향후 경기를 가늠해왔다.

최근 구리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중국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440만t의 구리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딛고 빠르게 경기 회복에 나선 영향이다.

몇 달 새 구리 가격이 치솟자 시장에서는 고점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JP모간은 구리값이 올해 1분기 t당 평균 7700달러에서 4분기엔 650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구리 가격 전망치를 t당 9000달러로 높여 잡았다. 연초부터 작년 말 발표한 2021년 전망치인 8000달러에 육박하자 목표가격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친환경 인프라 관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구리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며 “최근 빠른 가격 상승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와 구리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