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GDP(국제통화기금 추정치) 대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12월 30일 종가 기준)의 비율은 104.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명목 GDP 대비 유가증권시장 시총 비율은 2000년대 강세장의 막바지였던 2007년 11월 94.5%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100%를 넘긴 적은 없다.

코스피지수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와 연말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작년 마지막 거래일에 역대 최고인 2873.47로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 시총은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추정 명목 GDP인 1900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연말 랠리’가 펼쳐지면서 폐장일인 지난달 30일 1980조5000억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333조1000억원에서 483조6000억원으로 1년 새 150조원 이상 불어나 전체 시총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 명목 GDP는 2019년(1919조원)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가증권시장 시총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

GDP 대비 전체 상장주식 시총 비율은 증시의 역사적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된다. ‘버핏 지수’로도 불린다.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미 증시를 판단할 때 이 지수가 80% 미만이면 저평가, 100% 이상이면 고평가 국면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상장기업까지 포괄한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은 2366조1000억원으로, GDP 대비 124.5%에 달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