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미국의 대형 운용사와 손잡고 세계 주요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조인트벤처(JV) 펀드를 결성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독일 알리안츠그룹,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APG 등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공동으로 대체투자 부문에서 조원 단위의 대형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핵심 입지 선점해 A급 자산 개발

국민연금, 1.6조원 해외 부동산 펀드 결성
국민연금은 미국 부동산 운용사인 하인스와 함께 전 세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JV펀드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이 1조원 이상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세계 주요국의 대도시 핵심 입지에 있는 토지나 건물을 사들인 뒤 개발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구사할 계획이다. 매입 후 핵심(코어) 자산으로 키워 개발한다는 뜻의 ‘빌드 투 코어’ 전략으로 업계에서 불린다. 복합상업시설, 주거시설, 오피스빌딩, 물류센터 등 다양한 자산군이 투자 대상이다.

국민연금이 JV펀드에 투입되는 자금 상당 부분을 책임져 출자하고 하인스는 투자 대상 발굴부터 설계, 실행 등 실제 투자 업무를 주도할 계획이다. 국민연금과 하인스는 JV 펀드 자금을 바탕으로 대출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 총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 건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휴스턴에서 출발한 하인스는 운용자산이 755억달러(약 82조원)에 달하는 대형 부동산 자산운용사다. 국민연금과 이미 여러 건의 거래를 했다. 2010년 독일 베를린 소니센터 인수, 2017년 뉴욕 원밴더빌트빌딩 개발, 2020년 뉴욕 원매디슨애비뉴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신뢰를 쌓아 왔다. 이번 투자는 완공된 우량 자산을 사들이는 일반적인 전략보다 위험이 더 크고 기대수익률도 높은 전략을 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외 전략적 제휴 확대

이번 투자는 국민연금에 단순한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인스는 이번 JV 펀드 결성을 계기로 전 세계 225개 도시에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 기회에 관한 정보를 국민연금에 제공하기로 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하인스가 딜 소싱(발굴)에서 설계, 실행까지 도우며 국민연금의 ‘딜 소싱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과제다. 전문성과 영향력을 갖춘 글로벌 투자기관과 전략적 동맹을 맺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네덜란드 연기금 APG와 함께 포르투갈 고속도로, 호주 기숙사 등 조원 단위 투자에 참여하고 향후 공동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6월엔 알리안츠그룹과 아시아 주요 도시 랜드마크 부동산에 투자하는 2조8000억원 규모의 JV 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9월 말 기준 기금 규모가 78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포트폴리오 전반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전체 자산의 12% 수준인 대체투자 비중을 2025년까지 15%로 늘릴 계획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700조원대에서 1000조원대로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90조원 규모인 대체투자 규모는 5년 내에 150조원 안팎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