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EM지수 韓 비중 줄자
외국인, 어제 역대 최대 순매도
개인은 2.2兆 사들여 충격 줄여
증권가 "패시브 펀드 숨고르기
투자 환경 좋아져 외인 또 온다"
11월 마지막 날인 30일 증시는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2조43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11월 하루 평균 수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일순간에 돌변한 셈이다. 이 매물을 받아낸 것은 개인들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2조2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개인 순매수도 사상 최대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60% 하락한 2591.3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을 매도로 이끈 것은 MSCI 신흥시장(EM) 지수 개편이었다. 이 지수에서 한국 시장 비중이 줄자 기계적 매물이 쏟아졌다. 개인들은 추세적 하락이 아니라 극복 가능할 변수라고 판단,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개인의 힘
‘증시는 많은 개미를 태우고 올라가지 않는다.’ 증권업계 통설이다. 개인들이 매도한 뒤 주가가 오르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상반기 동학개미들이 올린 실적도 그렇고, 최근 움직임도 증권업계 통설을 반박하는 듯한 분위기다. 코스피가 2600선에 올라섰음에도 개인들이 매수에 집중하고 있다. 코스피 2400선에서는 차익실현 움직임을 보였던 개인들이 코스피 2600선에서는 다시 매수 주체로 변신했다. 그사이에 10년 코스피 박스권이 뚫릴 것이라는 믿음이 개인들 사이에서 커졌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개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20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도 물량 대부분을 받아냈다. 개인들은 코스피지수가 2600선까지 오른 지난 23일 87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1.92% 오른 것에 비해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았다. 개인이 지난 5일 코스피가 2.40% 상승하면서 2400선에 올라섰을 때는 하루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9707억원어치를 매도했기 때문이다. 개인은 2600선에서 추가 상승한 지난 24일에도 245억원어치를 내다파는 데 그쳤다. 이후 지난 25일부터는 3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총 957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가 2600을 넘겼음에도 매수 전략을 취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들이 매수한 규모와 비교해도 11월 들어 개인의 매도세는 약한 편이다. 올 3~10월 개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49조78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1월에는 2조1390억원어치를 매도하는 데 그쳤다. 전체 매수액 대비 5%도 안 되는 규모다. 증시 대기 자금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7일 기준 62조9567억원으로 10월 말(55조3452억원) 대비 13.7% 급증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코로나19 백신 등장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코스피 우상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10억원이던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려다가 철회한 것이 개인들의 연말 매수 부담을 줄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MSCI에 움직인 외국인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4377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1~29일 하루 평균 371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코스피지수 상승을 주도했지만 11월 마지막 날 돌변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량 순매도를 기록한 건 MSCI EM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든 것과 관련 있다. MSCI는 이날 지수 리밸런싱을 통해 한국 비중을 12.0%에서 11.7%(지난달 11일 시가총액 기준)로 줄였다. 쿠웨이트가 비중 0.2%(추정치)로 새로 편입됐고, 인도 비중이 8.3%에서 9.1%로 늘면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종목별 외국인 순매수 동향을 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번에 MSCI EM지수에 새로 편입된 종목은 SK바이오팜, SK케미칼, 두산중공업 등이다. 이날 외국인은 이들 종목을 각각 1258억원, 660억원, 4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편출 종목인 BNK금융지주(-512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109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앞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에 비해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한참 더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8년 당시에는 증시가 반도체에 너무 의존했지만 지금은 2차전지, 바이오 등 다른 산업도 골고루 성장하며 투자 환경이 더 좋아졌다”며 “당시보다 금리가 낮은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이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매매 거래는 1년 동안 계속 정지된다.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30일 신라젠에 대해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상장폐지 결정은 비껴 갔지만 거래 재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심위가 신라젠에 부여한 개선 기간은 1년이다. 기심위는 신라젠이 제출한 개선계획을 검토해 15영업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의결한다.앞서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지난 5월 4일 거래정지됐다. 신라젠은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으며 코스닥시장 2위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핵심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이 중단돼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 횡령·배임 혐의까지 터지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됐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요즘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친환경 화학주’가 이슈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화되면 친환경 화학제품산업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망 투자처 아니냐는 기대도 많다.실제 일부 화학기업은 친환경 화학제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초 핀란드 네스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바이오 원료 기반의 친환경 화학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폴리에스테르 원사 ‘리젠’을 2000년대 중반부터 생산 중이고, SKC도 관련 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여의도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화학제품의 사업적 가치를 집중 분석한 보고서는 찾기 어렵다. 화학업체에서 친환경제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효성티앤씨 매출에서 리젠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3.1%였다. SKC 매출에서 친환경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친환경 화학제품이 투자 아이디어로 부각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와 국회가 기존 화학제품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학제품 사용은 음식점 등 민생 경제와 직결돼 있다. 친환경 화학제품은 가공비가 비싸기 때문에 규제를 도입하면 제품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 등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은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어 정부와 국회가 사용을 제한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화석연료차 규제는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화학제품 규제는 시작도 안 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닐, 나일론 등 폴리머 제품의 글로벌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친환경제품이 이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친환경 화학제품 사업을 키우는 기업은 대부분 기존 화학업체”라며 “규제가 도입되면 기존의 자기 시장이 쪼그라드는 걸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외국인 2.4조 순매도…반면 개인은 '역대 최대' 2.1조 순매수랠리를 펼쳐온 코스피가 30일 2,6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2.11포인트(1.60%) 내린 2,591.34에 마감,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지수는 전장보다 14.60포인트(0.55%) 오른 2,648.05에 개장했다.종전 장중 최고치(2,642.25·지난 25일)를 훌쩍 뛰어오르며 출발했다.그러나 곧바로 되밀리고 낙폭을 키운 끝에 장을 마쳤다.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외국인은 2조4천31억원을 순매도했다.역대 최대 규모다.종전 최대 기록은 1조6천361억원(2020년 8월 31일)이었다.이 같은 외국인 대규모 매도세는 서울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오른 달러당 1,106.5원에 마감했다.이날 이뤄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정기 변경도 이 같은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MSCI 정기 변경에 따르면 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은 이전보다 약 0.3%포인트 줄어든다.외국인과 반대로 개인은 역대 최대 순매수에 나섰다.이날 2조1천905억원을 순매수했다.종전 기록(2020년 5월 4일·1조7천1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600선 돌파에 따른 평가 가치(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는 가운데 MSCI 정기 변경으로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개인이 1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증시 추가 하락을 제한했다"고 진단했다.이날 기관은 2천35억원을 순매수했다.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는 셀트리온(1.8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기대감에 힘입어 올랐다.현대차(0.28%)도 상승했다.반면 삼성SDI(-3.27%), 네이버(-2.46%), 삼성전자(-2.20%), 삼성바이오로직스(-1.63%), 카카오(-1.34%), SK하이닉스(-1.32%), LG화학(-1.23%), LG생활건강(-1.24%) 등 대부분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업종별로는 종이·목재(9.27%), 운수·창고(0.42%), 통신업(0.42%), 의약품(0.33%), 비금속광물(0.33%), 섬유·의복(0.28%) 등이 올랐다.반면 건설업(-2.67%), 철강·금속(-2.13%), 전기·전자(-2.07%), 의료정밀(-2.03%) 등은 하락한 가운데 금융업(-3.35%), 증권(-3.32%), 은행(-3.27%), 보험(-3.30%) 등 금융 관련 업종의 하락 폭이 컸다.주가가 오른 종목은 333개, 내린 종목은 511개였다.보합은 75개 종목이었다.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 모두 매도 우위로 전체적으로는 2조4천360억원 순매도로 집계됐다.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은 12억8천499만주, 거래대금은 20조4천460억원이었다.이는 지난 25일 기록한 21조7천958억원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코스닥은 전날보다 0.55포인트(0.06%) 오른 886.11에 마감했다.지수는 전장보다 5.09포인트(0.57%) 오른 890.65에 개장해 강세 흐름을 유지했다.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이 2천103억원을 순매수했다.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75억원, 1천229억원을 순매도했다.시총 상위주 중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4.18%)가 4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제넥신(2.88%), 케이엠더블유(2.51%), 셀트리온제약(0.26%) 등이 올랐다.반면 CJ ENM(-2.77%), 알테오젠(-2.25%), 씨젠(-1.88%), 에코프로비엠(-1.82%), 에이치엘비(-1.41%), 카카오게임즈(-0.40%) 등은 하락했다.코스닥시장 거래량은 17억1천164만주, 거래대금은 11조9천378억원 수준이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