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가 구조조정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기업 인수를 바라보는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PEF가 접근한 회사에선 직원들이 머리띠를 둘러매고 투쟁하는 일이 흔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2012년 인수한 경북 상주의 와이퍼 제조업체 캐프에선 직원들이 “사모펀드는 사채업자 아니냐”며 격렬히 반대했다. 협력업체는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고 PEF 인수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당시 캐프의 직원으로 투쟁에 참여했다가 현재 IMM PE에서 일하고 있는 이성재 상무는 “오너 체제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회사 재무상황을 직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주고 어렵던 해외 공장이 흑자전환되는 등 회사가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면서 직원들이 마음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IMM PE는 이후 5년간 노동조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다른 투자자를 연결해주면서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IMM PE는 골판지 제조업체 태림포장을 운영할 때도 주 52시간 근로제로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작업 방식을 바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자 예상했던 추가비용을 공장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해 호평받았다.

PEF 인수 후 구성원과 이익 일부를 공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빠르게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당근’이다. VIG파트너스는 2013년 카메라렌즈 회사 삼양옵틱스를 인수한 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 안팎을 인센티브로 직원들에 나눠줘 호응을 얻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회사 형편이 좋아지지도 않았는데 먼저 ‘이익을 공유해 달라’고 주장하는 노조가 늘어나는 통에 골머리를 앓는 PEF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