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의 자사주 매각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이 자사주 매도를 결정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사주를 판 자금으로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장사 자사주 매각…주가 부담되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분기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공시는 모두 6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건에서 38.6%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폭락했던 지난 3~4월에는 자사주 처분이 작년(56건)보다 적은 46건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풍제약은 이날 자사주 매각 여파로 14.21% 주저앉았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이후 이상 급등세를 타면서 10배 가까이 주가가 뛴 종목이다. 전날 2154억원어치 자사주를 외국계 투자사에 넘긴다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미끄러졌다. 주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데다 블록딜(대량매매)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수페타시스도 지난 14일 장 마감 뒤 약 81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이 기업 시총의 3.5%다. 이 기업 주가는 연중 저점부터 이때까지 215.32% 올랐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매도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늘어나면 수급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도를 마냥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 센터장은 “자사주를 매도한 뒤 설비 증설 투자 등을 하면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