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모주 역사상 최대 청약증거금이 몰리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 주가 연일 하락중이다. 22일에는 상장일 종가 밑으로 떨어졌다. 청약때부터 과열을 경고한 증권가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 7일 연속 하락

22일 코스닥시장에서 카카오게임즈는 6.22% 하락한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일과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한 후 7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상장 첫날 종가인 6만24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4조원을 겨우 턱걸이하며 한때 3위까지 올랐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5위로 내려앉았다.

극소수 공모주를 받은 주주들을 제외하고 상장 이후 카카오게임즈를 시장에서 매수한 주주는 모두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첫날 거래량은 56만주에 불과했고, 거래량이 상장 3일차인 지난 14일에 최대치(2021만주)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주식을 산 신규 주주 대부분이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고된 하락…3만원대까지 간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청약 열기가 걷히면서 주가가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3만7500원대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게임즈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7배에 달한다. 이는 국내 게임업종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물론이고, 기존 코스닥 게임업종 대장주인 펄어비스(16.7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사업 모델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이렇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게임업종 기업은 대략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IP(지식재산권) 원작자, 개발사, 유통사(퍼블리셔) 등이다. 최종 상품인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각 기업들이 나눠갖기 때문에 자사 보유 IP로 게임을 직접 개발하고, 최종 유통까지 맡는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고 주식시장에서도 높은 밸류이에션을 부여받는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약 60%가 퍼블리싱 사업에서 발생한다. 영업이익률은 고수익 업종으로 인식되는 게임업종 치고는 낮은 14.2%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가 올해부터 내년 사이 출시할 주요 신작인 엘리온, 오딘 그리고 지난 7월 출시한 최신작 가디언테일즈는 모두 퍼블리싱을 맡은 작품”이라며 “자체 개발비중이 낮고, 매년 약 1000억원대의 매출이 발생하는 펄어비스 게임 ‘검은사막’의 북미-유럽 퍼블리싱 사업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어 20배 이상의 고PER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물량도 ‘골치’

실적과 재무 등 기업의 펀더멘탈만큼이나 주가에 중요한 수급도 우호적이지 않다.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당시 전체 공모주의 70.49%를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정했다. 이 중 72%는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문제는 확약 기관의 55%가 1개월~3개월 사이의 확약 조건을 걸었다는 점이다. 한 게임업종 애널리스트는 “1개월 확약이 해제되는 10월 10일날 팔수 있는 물량만 약 500만주"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차익실현에 나서면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물량도 있다. 카카오 게임즈는 창사이후 9차례에 걸쳐 622만2500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직원들에게 부여했다. 상장 시점을 기준으로 이 중 300만2836주가 행사됐다. 이 옵션들의 행사가격은 최저 5095원(2회~3회차)에서 최대 1만7192원(9회차)로 22일 종가 대비 최대 995%의 평가차익이 존재한다.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 성장성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는 가격대라는 설명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이런 지적을 인식하고 있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달 26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을 통해 확보할 3840억원의 공모자금으로 자체 IP를 갖춘 개발사 인수합병(M&A)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