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메자닌이 올 들어 5조원 가까이 발행됐다. 연초 급락했던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발행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거나 주식을 받을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국내 기업이 발행한 메자닌 규모는 총 4조94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발행 건수도 229곳에서 277곳으로 늘었다. 중소·중견기업의 발행이 활발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일부 대기업까지 발행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진칼(BW 3000억원)과 현대로템(CB 24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1분기만 해도 라임자산운용의 금융사기에 따른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증시마저 폭락하면서 메자닌 발행 여건이 나빠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메자닌 투자자들이 줄줄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나서면서 적잖은 기업이 채무상환 위기에 몰릴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증시가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단숨에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메자닌에 붙은 권리를 행사해 주식을 받아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조성된 덕분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증시가 가파르게 반등하는 과정에서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채권에 붙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쏠쏠한 시세 차익을 올리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연중 최저점을 찍은 3월 19일부터 이달 6일까지 메자닌에 붙은 권리가 행사된 건수는 총 1420건으로 직전 6개월간 이뤄진 권리 행사(786건)보다 80.6% 많았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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