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주포된 '동학개미'…SK하이닉스에 2조 쐈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의 주포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3월 이후 개미들이 주식을 사들인 금액은 33조원에 달했다. 해당 기간 이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K하이닉스로 무려 2조원을 장바구니에 쓸어 담았다.

증시, 수급 한 축으로 떠오른 ‘개미’…3월 이후 33조원 '순매수'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지수는 직전일 대비 15.97포인트(0.67%) 오른 2384.22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3월19일 1439.43보다 65.63% 오른 수준이다.

지수의 상승을 이끈 주체를 개인으로 봐도 무방하다. 해당 기간 개인은 주식시장(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에서 33조1412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6조3900억원, 15조729억원을 팔아 치웠다.

개인들의 자금이 증시로 모이는 이유는 다른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부동산의 경우 정부의 규제가 점점 강화하고 있고, 그나마 안정적인 은행 예금 상품 등은 금리가 낮아서다.

개인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을 달군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주식을 받기 위해 개인들은 9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주식시장에 싸들고 왔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 낮은 에금금리로 자금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개인들의 매수세가 증시로 여전히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뜨거운 반응 등이 이를 반증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팬데믹 사태에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K하이닉스'

개인들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우선주 제외). 지난 3월19일에서 전날까지 개인들의 SK하이닉스 순매수액은 2조1132억원에 달했다.

이어 삼성전자(1조7780억원) 카카오(1조3077억원) NAVER(1조2042억원) 현대차(1조876억원) SK(1조711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조345억원) 한국전력(7063억원) SK바이오팜(6531억원) LG화학(6201억원) 삼성SDI(5647억원) 엔씨소프트(4988억원) 등의 순이다.

개인들은 국내 증시 기존 주도주(株)였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주를 가장 많이 담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급부상한 카카오, NAVER 등 비대면(언택트) 관련주와 바이오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 SK바이오팜, 전기차 및 2차전지 관련주인 현대차 LG화학 삼성SDI 등의 인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이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업종은 2차 전지, 인터넷, 전기·수소차, 제약·바이오 업종'이라며 "이는 코로나19발(發) 사회·문화 변화의 수혜와 강력한 국내외 정책 수혜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업종군"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부진 전망…"디램 가격 부진 영향"

그러나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추정 매출은 7조788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9.5% 하락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조3993억원으로 같은 기간 28.11%, 순이익은 1조581억원으로 16.3%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데이터 센터들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났는데 이들이 보유한 디램(DRAM) 재고가 최근 8주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서버 디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이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디램 가격 하락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초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저점을 기록해서다. 디램 가격이 4분기 바닥을 찍은 후 내년 상반기 반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돼 내년 1분기 주가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판단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