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최소 5년 이상 현재의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 정책의 틀까지 바꿔가며 장기 저금리 신호를 보내서다.

Fed "물가 2% 넘어도 괜찮다"…최소 5년 제로금리 유지 시사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연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잭슨홀 미팅은 주요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모임이다.

물가 안정이 최대 목표 중 하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및 고용 부진을 막기 위해 단기적인 물가 상승을 용인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Fed가 2012년 도입한 물가 상한(관리 목표)은 2.0%다. 일정기간 물가상승률이 이를 초과해도 장기 평균을 내 2%를 밑돌면 괜찮다는 의미다. 파월은 “과도하게 낮은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더 해롭다”고 했다.

다만 얼마나 장기간 평균을 낼지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다음달 15~16일 열릴 예정인 FOMC 정례회의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FOMC 위원들은 다음 정례회의 때 2023년도 금리 전망도 처음으로 내놓는다. 앞서 지난 6월 회의 때는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Fed의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은 물가 상승기마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여온 기존 정책 틀을 완전히 바꾸는 조치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전통적인 공식이 최근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과감한 정책 변화를 가져온 배경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 직전 미국 실업률이 반세기 만의 최저치인 3.5%까지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Fed가 적어도 2025년까지 현재의 제로금리(연 0.00~0.25%)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Fed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자 같은 해 12월 기준금리를 최저치로 낮춘 뒤 2015년 말까지 7년간 유지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년 후에도 정책금리가 지금처럼 제로라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지난 3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연 1.50~1.75%이던 기준금리를 지금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확 낮췄다. 앞으로 기준금리 변동의 기준은 물가보다 고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Fed의 최대 현안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Fed가 자산 시장에 거품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