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에서 금뿐 아니라 구리 니켈 은 팔라듐 등 모든 비철금속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실물 경기 개선, 미국 달러화 약세, 주요 생산국의 공급 차질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달 구리 가격은 6월 대비 6.6% 올랐다. 같은 기간 알루미늄(5.8%) 니켈(7.7%) 아연(13.2%) 납(5.9%) 주석(7.0%)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구리 가격은 지난 5월 t당 5111달러로 저점을 찍은 이후 26%가량 올랐다. 구리는 제조업 건설업 등 각종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경기 풍향계 역할을 한다. 중국에서 6월부터 수요가 살아나면서 구리값도 뛰었다. 상반기 중국의 구리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2018년(530만t)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구리 최대 생산국인 칠레와 페루에서 코로나19로 생산 및 운송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져 공급이 부족해진 게 가격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알루미늄도 메이저 광산업체 리오틴토가 경제성 때문에 뉴질랜드 제련소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반등으로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가격은 올랐다. 니켈 역시 인도네시아의 수출 규제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테슬라 등이 전기차 증산 계획을 밝히면서 수요는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업계는 알루미늄 은 구리 등의 가격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3~12개월간 은과 팔라듐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의 모든 자산군이 좋아 보인다”며 “안전자산인 금 은과 위험자산 성격인 구리 등이 동반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마이너스 금리 장기화에 동시에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