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린 한미약품이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난해 폭락하기 전 수준까지 단숨에 올랐다. 이번 기술수출은 높은 수익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계기도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한미약품은 5일 가격제한폭(+29.91%)까지 오른 36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중순께 40만원 안팎에서 오르내리다가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듀얼 아고니스트'의 판권이 반환됐다"는 소식에 그해 7월 20만원대로 급락했다. 이후 최근까지 30만원 안팎에서 오르내렸으나 이날 상승으로 폭락 전 주가 수준에 근접했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000억원, 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은 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한미약품은 전날 장 마감 뒤 "듀얼 아고니스트에 대한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미국 초대형 제약사 MSD에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얀센이 사갔다가 반환한 물질을 다시 수출한 것이다. MSD와 맺은 계약에서 받기로 한 금액은 최대 8억7000만달러(약 1조391억원)로, 얀센 계약(9억1500만달러)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전문가들은 "아직 주가가 폭락 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최근 유동성도 많이 풀린 만큼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이제까지 성사된 11건의 기술수출 중 5건이 반환되면서 최근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기술수출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회사의 파이프라인이 재조명을 받고, R&D 기대감도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미국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은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이었다. 코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정부로부터 약 9200억원의 대출을 받아 '코닥 파마수티컬즈'라는 제약사를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치료제 원료 등을 포함해 특허가 만료된 약물의 복제약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겠다는 게 코닥의 계획이다. 이 소식에 2달러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단 2거래일만에 33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가는 요동치며 4일(현지시간) 기준 14.4달러까지 내려왔다. 시장은 "바이오주로서 적정주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주가 띄우는 바이오 프리미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성장성이 높지 않은 제조업이나 일부 서비스업종 기업들이 바이오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코닥도 이 경우다.일부 기업은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진지하게 사업을 추진하지만 일부는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바이오 테마를 끌고 온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통상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기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 바이오주는 여기서 벗어나 미래 성장 기대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해왔다. 일부 상장사 경영진들이 주가 부양책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 카드를 꺼내드는 이유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기존 사업과 바이오 사업간 관련성과 구체적 발전 계획 등을 두루 살펴 바이오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예를 들어 코닥의 경우 필름 제작에 필요한 화학물질 가공 기술이 의약품 생산공정상에 적용되기 때문에 '진출 비용'이 크지 않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국내서도 줄줄이 바이오사업 진출국내에서도 바이오 사업 진출이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는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했다. 컨버전스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신약을 선정해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는 방식의 바이오사업이다. 기존 사업이 부진하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가는 이후 5일까지 0.21% 오르는데 그쳤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세원은 지난달 28일 오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바이오사업 진출을 공식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인 에이조스바이오 이사인 조광휘 사내이사 후보를 주총에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주가는 10.40% 급등했다. 특수 도료 업체인 자안도 지난달 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마스크와 바이오 의약품 관련 사업을 정관에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고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18.75% 빠지며 오히려 부진했다. 지난 5월 14일에는 화력발전에 필요한 설비를 제조하는 비디아이가 미국 바이오기업 엘리슨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8000원대였던 주가가 2배 넘게 급등했다. 문제는 7월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55.21% 폭락하면서 발생했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흔들렸다.고급빌라 전문 건설사인 상지카일룸은 지난 4월 22일 진단키트 생산업체인 에이스바이오메드 지분 39.4%를 13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며 바이오 사업 진출 소식을 알렸다. 이후 주가는 1800원대에서 24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날 1510원에 거래를 마쳤다.디스플레이 장비제조업체인 케이피에스도 지난 3월 30일 신약 개발 전문가로 알려진 김성철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90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5월 27일 장중 2만5800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이후 주가가 꾸준히 빠지며 이날 1만6650원에 거래를 끝냈다. 2018년 바이오 투자붐 돌이켜보니 코스닥 바이오 투자붐이 일었던 2018년에도 바이오 진출에 나섰던 기업들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며 수많은 개미투자자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전례가 있다. 바이오 사업의 사업성이 낮거나 보여주기식 바이오 사업 진출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한국코퍼레이션은 지난 2018년 12월 27일 바이오 회사인 게놈바이오로직스아시아퍼시픽의 지분 100%를 211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바이오 진출 소식을 알렸다. 이후 전·현직 경영인의 배임·횡령·부정거래 의혹이 불거지며 3000원이 넘었던 주가는 282원에 거래정지된 상태다. 리켐(현 스카이이앤엠), 나노스, 인터불스(현 스타모빌리티, 거래정지), 한류AI센터, 세화아이엠씨, 필룩스, 동양네트웍스(현 비케이탑스) 등도 당시 바이오사업 진출 소식을 전한 뒤 주가가 급등락한 종목들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